'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설계 자산(IP)을 공급해왔던 Arm이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발표했다. AI 산업 성장세에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AI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고수해왔던 철학을 깨고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Arm은 이번에 설계한 AI 칩을 메타를 시작으로 오픈AI와 SK텔레콤 등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4일(현지 시각) Arm은 미디어 콘퍼런스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인 'Arm AGI CPU'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Arm은 이번에 공개한 CPU가 CPU 시장 강자인 인텔과 AMD 등이 택한 'x86' 방식 플랫폼과 비교해 2배 이상의 성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TSMC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제작되는 이 칩은 300W(와트) 전력 내에서 최대 136개의 코어가 작동하도록 설계돼,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rm은 그동안 모바일 시장에서 입증한 저전력 설계 기술력을 바탕으로 CPU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Arm은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등 모바일에 들어가는 저전력 IP를 공급하며 급성장해왔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소모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IP 시장에서 쌓아온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은 Arm 연산 플랫폼의 다음 단계이며 우리 회사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우리는 파트너사들에 Arm의 고성능·저전력으로 구축된 선택지를 더 많이 제공해 전 세계적 규모로 AI 인프라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AI 시대에 CPU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AI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GPU에 집중됐다. CPU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CPU와 GPU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며 "AI의 발전과 에이전틱 AI 등장으로 앞으로 CPU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르네 하스 CEO는 "오늘날 사용자가 PC나 스마트폰에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GPU 등) 가속기가 토큰을 생성한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결과를 다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CPU가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Arm은 CPU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며 서버용 CPU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르네 하스 CEO는 "Arm은 1GW 데이터센터당 최대 1200만개의 CPU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번 AGI CPU는 지금까지 등장한 서버용 CPU가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된 제품"이라고 했다.
Arm의 첫 고객은 메타다. 메타는 이번 CPU 공동 개발에도 참여했고, 메타의 AI 칩과 함께 Arm의 CPU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한다. Arm은 오픈AI와 세레브라스, 클라우드플레어 등이 도입을 검토 중이며, 국내에서는 SK텔레콤도 고객사로 거론됐다고 밝혔다.
Arm은 한국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모하메드 아와드 Arm 클라우드 AI 사업부문 총괄 수석부사장은 25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도 메모리 사이드 위주로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며 "향후 Arm AGI CPU의 후속 모델에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