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이 없는 전기 하이퍼카를 어떤 형태로 만들지 고민하다 기존의 틀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했습니다.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는 공기가 전면으로 유입돼 차체 에어 터널을 통과한 뒤 후면으로 효율적으로 빠져나가게 설계했죠."
리 톈위안 샤오미 전기차(EV) 디자인 총괄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가 개막하기 이틀 전인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팔라우 드 콩그레소스 데 카탈루냐에서 전기 하이퍼카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 개발 소식을 알리며 이같이 말했다. 실물은 MWC 현장서 전시한다.
이날 행사 제목은 '이미지의 새로운 물결(The New Wave of Imagery)'이였다. 행사장을 방문한 참가자들은 대부분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 '17′과 '17 울트라'를 소개하는 자리로 알고 있었다. 해당 모델이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하이퍼카가 영상을 통해 공개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이어졌다.
◇ "난기류가 차체서 밀려나면서 공기 저항 줄여"
샤오미는 비전 그란 투리스모가 공기역학을 고려해 설계된 점을 강조했다. 하이퍼카는 직선 구간에서 압도적인 속도를 내는 공기 저항 최소화와 코너를 돌 때 노면을 누르는 '다운포스'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텐위안 총괄은 "비전 그란 투리스모는 시스템이 작동하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후면의 난기류가 차체에서 멀리 밀려나 효과적으로 공기 저항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그 결과 비전 그란 투리스모는 공기저항계수(Cd) 0.29, 다운포스 -1.2, 공기역학 효율 지수 4.1을 달성했다. 공기역학 효율 지수는 차량이 공기 저항을 얼마나 적게 받으면서 동시에 다운포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생성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하이퍼카 대시보드에는 지능형 어시스턴트 '샤오미 펄스'가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소리와 빛으로 운전자와 상호작용한다.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는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콘셉트카로 판매되지는 않는다. 샤오미가 전기차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샤오미는 2024년 첫 전기차 SU7을 선보인 후 SU7 울트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 'YU7'을 선보이면서 판매도 흥행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e스포츠 '그란 투리스모 월드 시리즈' 현장에서 하이퍼카 제작 협업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회사 측은 "하이퍼카는 통상 포르셰를 포함해 전통 자동차 브랜드가 만드는데,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기술 기업이 하이퍼 콘셉트카를 만든 것은 처음이라 의미가 크다"고 했다.
텐위안 총괄은 "과거에는 우리가 자동차를 관리해야 했지만, 샤오미 전기차는 개인기기와 매끄럽게 연동되며 운전자의 상태를 감지하고 기분에 맞춰 최적화된다"고 했다. 루웨이빙 샤오미 스마트부문 사장 역시 "샤오미는 전략, 제품, 핵심 기술, 제조까지 아우르는 '사람·집·자동차'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갖춘 전 세계 유일한 기업"이라며 "샤오미는 향후 5년간 240억유로(40조9992억원)를 핵심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 카메라 강조한 '17 울트라'… 한국서 3월 출시
이날 글로벌 출시를 알린 샤오미 17과 17 울트라는 중국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 출시된 모델이다. 샤오미는 일반적으로 신제품을 중국 시장에 먼저 출시한 후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3월3일부터 사전예약을 받고 5일뒤 인도된다. 가격은 17이 999유로(170만원), 17 울트라가 1499유로(255만원)부터 시작한다.
샤오미 17 울트라는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 협력을 강화해 14㎜ 초광각 카메라, 1인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23㎜ 메인 카메라, 75~100㎜ 구간을 지원하는 2억 화소 망원 카메라 등을 갖췄다.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가 탑재됐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16과 샤오미의 하이퍼OS 3를 사용한다. 디스플레이는 6.9인치, 화면 밝기는 최대 3500니트다. 68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두께는 8.29㎜로, 샤오미 울트라 모델 중 가장 얇다.
샤오미 17 일반 모델은 디스플레이 크기가 6.36인치로 울트라 모델보다 작다. 울트라와 동일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칩셋을 탑재했고, 후면에는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포함한 3개의 카메라가 탑재됐다. 배터리 용량은 6330mAh다.
◇ 샤오미 유럽 점유율 3위 브랜드지만…출하량 소폭 줄어
샤오미가 MWC 개막 전에 별도 행사장에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유럽 내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지만, 사실 미디어와 대중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일종의 기선제압이다. MWC에서 신제품을 공개한다면, 다른 브랜드의 신제품 사이에서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다 삼성이 3일 전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S26 시리즈를 선보인 만큼, 맞불을 놓는 모양새가 형성되는 것도 가성비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샤오미에는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해 출하량 기준 유럽시장에서 점유율 16%로 삼성(35%)과 애플(27%)을 잇는 3위 스마트폰 브랜드다. 2024년 점유율 역시 16%였다. 샤오미의 가성비 제품군인 레드미가 잘 팔렸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지난해 샤오미 출하량은 2180만대로 2024년보다 40만대 정도 소폭 줄었다. 지난해말 샤오미는 유럽 전역에 매장 개점을 늘리는 전략을 펼쳤는데 연말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이 전년보다 2%포인트(P) 줄어든 1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출하량은 6% 감소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 15T 프로'가 인기 모델인 14T의 판매실적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