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프리미엄 TV 기술로 부상한 '마이크로 RGB TV'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CES 2026에서 130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RGB TV를 플래그십으로 공개한다. RGB TV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격전지로 떠오른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가장 기술 난도가 높은 130인치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의 기술 기준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월 CES 2026 개막 전 미디어 행사인 '더 퍼스트 룩(The First Look)'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 라투어 전시관에서 130인치 마이크로 RGB TV를 최초 공개한다.
이 제품은 발광다이오드(LED) 소자 크기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소형 적·녹·청(RGB) LED를 백라이트 광원으로 사용하는 마이크로 RGB TV다. 기존 미니 RGB TV(100~500㎛) 대비 LED 소자 크기를 한 단계 더 줄여 화면 전체를 구성하는 광원을 더욱 촘촘하게 배치했다. RGB 광원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구조를 적용해, 하나의 백색 LED를 사용하는 기존 LCD TV보다 색 표현과 명암 조절의 자유도를 높였다.
RGB TV는 기존 LCD TV의 백색 LED 백라이트 대신 적·녹·청(RGB) 광원을 분리 제어하는 방식으로, 색 재현력과 밝기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프리미엄 기술로 평가받는다. 다만 RGB 광원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해 기술 난도가 높고, 대형 제품으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대형 패널 생산성이 개선되고 인공지능(AI) 기반 화질 보정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과거에는 실험적 기술로 여겨졌던 RGB 방식이 상용화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공개하는 130인치 마이크로 RGB는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한계를 상단에서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기준 모델의 성격이 강하다. 화면 크기가 커질수록 빛이 고르게 퍼지지 않거나 색이 달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고, 열 관리 난도도 급격히 높아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130인치 구현 자체를 기술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지표로 본다. 화질 기술 측면에서는 '마이크로 RGB 엔진 프로'를 적용했다. RGB 광원을 장면별로 정밀하게 제어해 색과 밝기를 자동으로 조정하고, 고성능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화질 처리로 저해상도 영상의 선명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마이크로 RGB TV 경쟁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이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제조사들이 기존 LCD TV보다 한 단계 높은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RGB 방식을 새로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LG전자도 RGB TV 전략을 전면에 배치한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첫 마이크로 RGB TV인 'LG 마이크로 RGB 에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는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은 미니 RGB 기반 제품을 앞세워 RGB TV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초대형 화면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외연을 빠르게 넓히는 전략이다. RGB TV 시장에서 '확장'과 '보급'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30인치 마이크로 RGB를 통해 RGB TV 기술의 상한선을 먼저 제시한 셈"이라며 "중국 미니 RGB의 대형화 공세 속에서, 마이크로급 정밀 기술로 프리미엄 시장의 기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