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7~9월)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가 급증한 데다 범용 메모리도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다. 지난 3분기 연속 2조원대 적자를 내며 부진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역시 적자 규모를 반 이상 줄이며 전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2조17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2.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공시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증권사 예상치(10조2000억원)를 약 20% 상회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넘은 것은 2022년 2분기 이후 3년여 만이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떨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AI 수요를 타고 흐름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매출은 86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8%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이 8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은 지난해 3분기 79조1000억원이었다. 순이익은 12조2500억원으로 21% 늘었다.

그래픽=정서희

◇ 메모리·비메모리 모두 실적 개선

3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인 메모리 사업 호조에 힘입어 DS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9% 증가했다. 메모리는 HBM3E(5세대 HBM) 판매 확대와 DDR, 서버용 SSD 등의 수요 강세로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제품 가격 상승과 지난 분기에 발생했던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이 감소하면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사업이 7조4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밀리던 HBM 사업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엔비디아 대항마 AMD를 비롯해 자체 AI 칩을 만드는 브로드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3분기 HBM3E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측은 "HBM3E는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고, HBM4도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4분기부터는 엔비디아에도 HBM3E 공급을 시작했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첨단 공정 중심으로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으며, 일회성 비용이 감소하고 라인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적자 폭을 줄였다. 증권가에서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영업손실이 2분기 2조5800억원에서 3분기 약 7000억원으로 축소된 것으로 분석한다. 이종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생산 증가로 3분기 중 파운드리 가동률이 80%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시스템LSI의 경우 주요 고객사의 프리미엄 라인업에 시스템온칩(SoC)을 안정적으로 공급했으나, 시장 전반의 재고 조정과 계절적 수요 둔화로 실적은 정체됐다.

◇ 스마트폰 사업 이익 견조… 가전은 적자전환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48조4000억원, 영업이익 3조5000억원억원을 기록했다. 폴더블 신모델 출시 효과와 견조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등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11% 성장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 경험(MX)은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 Z 폴드7·플립7 등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전 분기 및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했다. 또 플래그십 제품의 매출 비중 확대와 태블릿·웨어러블 신제품 판매 증가로 수익성도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TV와 가전 사업은 영업손실 1000억원을 내 적자 전환하며 부진한 성적을 이어갔다. TV 사업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견조했으나, TV 시장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생활 가전은 계절적 비수기 진입과 미국 관세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디스플레이(SDC)는 매출 8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의 경우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견조한 수요와 신제품 출시 대응으로 판매가 확대되며 실적이 개선됐다. 대형은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게이밍 모니터 수요 확대로 전 분기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연구개발비는 3분기 누계 기준 역대 최대인 2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시설 투자 예상 금액은 47조4000억원으로, 이중 반도체는 40조9000억원, 디스플레이는 3조3000억원 수준이다.

◇ 4분기도 '반도체의 시간'... 이익 더 높인다

4분기에는 메모리 가격이 공급 부족으로 예상보다 더 오르면서 반도체 사업의 이익 개선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파운드리 사업도 가동률 확대로 적자가 추가로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전날 기준 삼성전자의 4분기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84조9800억원, 영업이익 12조7000억원이다. 실적 눈높이는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상향 조정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클라우드(CSP) 업체들은 내년 D램 공급 부족을 우려해 올 4분기부터 선 주문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은 기존 전망보다 10~15% 이상 추가 상승이 예상돼 삼성전자의 실적은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범용 D램 수요 급증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내년 DDR5 마진이 HBM3E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또 엔비디아, 오픈AI, AMD, 브로드컴 등 빅테크 업체들이 HBM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공급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엔비디아와는 6세대 HBM4 공급 인증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DS부문은 AI용 고부가 메모리 제품에 집중하고, DX부문도 AI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의 경우 D램은 HBM 판매를 확대하고 HBM4 성능을 차별화해 양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AI용 DDR5, LPDDR5x, GDDR7 등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낸드는 첨단공정 기반의 서버 SSD와 고용량 QLC(쿼드러플레벨셀)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강화할 예정이다.

파운드리는 최선단인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신제품과 HBM4 베이스다이 양산에 집중하며 미국 테일러 팹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시스템LSI는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를 통해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모델 탑재를 추진하고, 이미지센서는 2억 화소 등 차별화된 기술 기반으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