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혁신 모빌리티로 주목받던 ‘전동 킥보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하며 공공사업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올해 퍼스널 모빌리티(PM) 생태계 진흥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공사업 발주는 전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 이용자 줄자 인프라 구축 공공사업 발주도 끊겨

20일 조달청에 따르면, 올해 전동 킥보드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공공사업은 발주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PM 관련 공공사업이 단속 시스템 구축 등을 위주로 이뤄졌고, 전동 킥보드 활성화를 위한 시설 및 교통체계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끊겼다.

올해 관련 사업의 경우 서울시·대전시·파주시의 PM 신고시스템 운영 용역, PM 단속차량 관리 등이 전부다. 이는 지난 2020년 전후 전동 킥보드 열풍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이 쏟아졌던 시절과 대조를 이룬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의 원인으로 킥보드 사용에 따른 보행자 안전사고, 불법 주정차 문제, 환경 훼손 등을 지적한다. 특히 지난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면허 의무화, 헬멧 착용, 주행 제한 등이 도입되면서 이용자 수가 급감했다.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국내 주요 공유 킥보드 서비스(지쿠·스윙·빔·씽씽·디어·킥고잉·알파카·다트·셔클·플라워로드·플러스팟)의 월간활성사용수(MAU)를 취합한 결과, 지난 10월 기준 총 MAU는 184만401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21만673명) 대비 약 16% 감소한 수치다. 이에 공공사업의 필요성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 유럽서도 퇴출 분위기 강화

PM 생태계 위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이탈리아는 전동 킥보드 이용 시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최소 250유로(약 37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시행했다. 이러한 규제는 전동 킥보드와 관련된 사고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교통사고와 도시 미관 훼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프랑스는 지난해 주민투표를 통해 공유 전동 킥보드 대여를 금지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도 비슷한 조처를 시행했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극도로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전동 킥보드 사용을 허용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바이크 등 일부 국내 PM 업체는 아직 관련 규제가 미비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 아프리카 시장 진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바이크는 지난 18일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도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바이크 관계자는 “국내 공유 PM 시장은 이미 25만~30만대 수준으로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며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동남아의 경우 매연 문제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친환경 이동수단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