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 1위 수성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서 생산된 아이폰이 미국에 수입될 때 발생하는 관세를 면제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관세 폭탄으로 가격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근소한 점유율 차이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두 기업의 운명을 바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사 딥워터에셋매니지먼트는 이달 보고서를 통해 “애플과 테슬라는 트럼프발 중국 수입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테슬라가 BYD에 지거나 애플이 삼성에 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중국에서 만드는 모든 제품에 최소 60% 수준의 고강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애플은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전체 아이폰 물량 중 80~90%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에 대한 관세 면제가 현실화하면 애플도 상당한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에도 중국 내 생산품에 10% 수준의 관세가 예고됐으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경쟁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미국 행정부를 설득해 면제받은 바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프리미엄 시장인 미국에서 관세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공약으로 모든 해외 국가 수입품에 보편관세 10%를 부과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3.3% 수준이고, 스마트폰의 경우 생산국과 관계 없이 무관세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60% 정도를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베트남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지 않아 교역 시 관세 혜택이 적다. 여기에 베트남이 미·중 갈등 이후 중국의 대미국 수출 우회 기지로 지목되면서, 관세 수준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3%의 점유율로 애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P(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애플은 전년과 동일한 53%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19%로 집계했다. 2위인 애플(18%)과의 차이는 단 1%P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P 줄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애플은 1%P 늘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은 점유율 차이를 두고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