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스냅드래곤X. /퀄컴 제공

세계 모바일 칩 시장의 강자 퀄컴이 PC용 시장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퀄컴은 PC용 스냅드래곤X 제품군을 프리미엄부터 중저가 시장까지 대폭 확대하며 터줏대감인 인텔, AMD와의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최근 진행된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스냅드래곤X 엘리트 2세대의 파생 제품으로 새로운 보급형 CPU 모델 출시를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품은 상위 모델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그대로 탑재하는 동시에 마이크소프트(MS) 윈도의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저렴한 PC 출시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퀄컴은 12, 10, 8개의 코어를 가진 3개의 스냅드래곤X 엘리트 시리즈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하나의 모델을 더 추가해 70만~80만원대 PC 제품군을 정조준한다는 방침이다. 이 제품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5′에서 첫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의 세계 CPU 시장 점유율은 아직 인텔, AMD에 밀려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퀄컴의 올해 세계 PC용 CPU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부동의 1위인 인텔이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퀄컴의 PC용 칩은 인텔이나 AMD, 애플 프로세서와 비교해 성능이 크게 뒤처졌고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 지원 측면에서도 분명한 약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퀄컴은 애플의 맥북에 탑재된 자체 개발 M시리즈 프로세서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시장 변화 구도를 언급했다. 최근 PC 시장에 AI 기능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퀄컴과 MS의 협업이 강화되고 있으며, 퀄컴의 CPU 라인업도 M시리즈와 스냅드래곤X 엘리트 시리즈를 기점으로 저전력·고성능을 강점으로 글로벌 PC 제조사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에이서, 에이수스, 델 테크놀로지스, HP, 레노버 등이 퀄컴의 새 칩을 탑재한 PC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퀄컴은 높은 가격대 때문에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AI PC 시장에서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하며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두르가 말라디 수석부사장도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퀄컴이 고성능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보급형 중저가 프로세서 공급을 확대, 온디바이스(내장형) AI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 기자간담회에서 보급형 스냅드래곤X 시리즈 확대를 선언하며 삼성전자와 레노버, 델, 에이수스 등과 협업해 90만~1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AI PC 제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텔, AMD 등도 MS와 협업을 통해 코파일럿+(Copilot+) PC를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가격대는 노트북 PC 제품 하나가 200만원 안팎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파일럿+ PC는 인터넷 없이도 MS의 AI 모델인 코파일럿을 사용할 수 있는 PC를 말한다.

한편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5년 내 PC용 CPU에서 연매출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지난 9월에 보급형 스냅드래곤X 시리즈를 발표한 이후 이미 출시됐거나 출시될 스냅드래곤 X 엘리트/플러스 기반 PC가 58개로 늘어났다”며 “오는 2029년에는 500달러 이상 노트북 시장에서 MS 코파일럿+을 구동 가능한 제품 수가 1억대를 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