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카카오가 올 1~3분기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뚜렷한 인공지능(AI) 서비스 모델을 선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련 기술·기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는 R&D 비용을 줄이면서, AI 투자의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각 사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 1~3분기에 누적 R&D 비용 9719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대비 20.6%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13.6%에서 16.4%로 2.8%P(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R&D 비용으로 1조3620억원을 투자했는데, 전년 대비 7.5%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대비 R&D 비중이 20.6%에 달했지만, 올 3분기에는 17.4%로 3.2%P 감소했다.

카카오는 AI 서비스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자 한다. 경기 악화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주요 수익처인 광고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22일 자체 AI 브랜드 ‘카나나’를 공개했다. 카카오톡과는 별개로 출시하는 대화형 앱으로, 맥락을 이해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는 연내 AI가 선물을 추천해주는 ‘AI MD’ 기능도 카카오톡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현재 경쟁사 대비 AI 서비스 개발이 더딘 상태다. 포털 서비스인 다음에는 아직까지 AI 검색 기능이 적용되지 못했다. 카카오 내 다음 포털 사업을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이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톡에는 AI 요약 기능 이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적용돼 있지 않다. 네이버와 구글, 빙 등 경쟁사의 포털은 AI 검색 기능이 모두 적용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R&D 비용이 평년보다 늘어난 기저효과로 올해 3분기에는 감소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진행하는 AI 사업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고, 투자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자금 유치도 어려운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R&D 비용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1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네이버 주최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단(DAN)24'에서 최수연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는 지난해 AI 서비스 확장에 주력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PC 통합 검색창에 AI 검색 서비스인 ‘큐:’를 탑재했다. 지난해 8월에는 초거대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지난해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 개발을 위해 매출액 대비 20%대 R&D 비용을 투자했는데,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달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 24′에서 “매년 매출 규모의 20~25%를 R&D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이버의 올해 R&D 비중이 10%대로 감소하면서 AI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네이버가 진행해야 하는 AI 과제가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말 AI 기반 맞춤 쇼핑 추천 기능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는데, 내년 상반기에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AI가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 주는 기능이다. 네이버는 내년 중 모바일 앱에 AI 검색 결과 요약 기능을 내놓고 큐:의 음성 검색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가 AI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주력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