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주력 IP(지식재산권)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주력 IP ‘리니지’에 의존하다가 신작 부진으로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펄어비스와 크래프톤도 신작의 성패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올 3분기 1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며 단일 IP에 집중된 수익 구조가 장기적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매출 4019억원, 영업손실 143억원로 부진했다.
엔씨소프트가 주력 IP인 ‘리니지’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보인 신작 ‘호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L)’ 역시 초기 마케팅 대비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올 4분기 TL과 ‘블레이드&소울 NEO’로 매출 다각화를 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5종의 신작을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가 과도한 과금 체계와 지루한 전투 감각, 젊은 층을 겨냥할 콘텐츠 부족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지만, ‘TL’로 잠재력을 확인했다”면서 “젊은 PD로의 과감한 교체와 개발 자회사 설립, 비즈니스 모델 개편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며, 이러한 쇄신이 향후 신작을 통해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펄어비스도 단일 IP인 ‘검은사막’에 의존한 영향으로 올 3분기 매출 795억원, 영업손실 92억원을 기록했다. 검은사막의 글로벌 성과가 유지되고 있지만, 광고비와 운영비 증가로 실적 개선이 더뎌진 것이다. 펄어비스는 차기작 ‘붉은사막’에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글로벌 시장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흥행 성과가 불확실한 만큼 붉은사막의 성패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크래프톤 역시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성장했지만,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배틀그라운드에 집중돼 있다. 크래프톤은 올 3분기 매출 7193억원, 영업이익 324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배틀그라운드 외 대형 IP가 부재한 상태다.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발리우드 배우와 협업하는 등 현지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으며,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서브노티카2′로 매출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넥슨과 넷마블은 다각화된 IP와 글로벌 현지화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다양한 IP에 기반한 성과로 올 3분기 매출 1조2293억원을 기록했고, 북미와 유럽에서 신작의 성과로 전년 대비 해외 매출이 93% 증가했다. 넷마블 역시 웹툰 IP를 활용한 ‘나 혼자만 레벨 업: 어라이즈’가 북미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단일 IP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리스크가 커져, 장기적인 성장이 어렵다”며 “펄어비스와 크래프톤은 신작의 성공이 회사의 명운을 결정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는 만큼, 엔씨소프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IP 다각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