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Z 폴드·플립6의 흥행 부진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중국의 공세에 밀려 저가형 제품을 출시한 것도 ASP 상승을 막은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애플, 비보, 샤오미 등은 3분기 스마트폰 ASP가 일제히 올랐다. ASP는 판매한 상품의 평균 가격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고가 제품을 더 많이 팔았다는 의미다.
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ASP는 전년과 동일한 295달러(약 40만원)로 2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스마트폰 ASP는 909달러(약 126만원)로 2.2% 올라 선두를 지켰다. 3위 오포의 스마트폰 ASP는 256달러(약 35만원)로 전년 대비 3.1% 하락했다. 4위 비보의 스마트폰 ASP는 214달러(약 29만원)로 전년 대비 3.4%, 5위 샤오미의 스마트폰 ASP는 148달러(약 20만원)로 전년 대비 8% 상승했다. 오포와 삼성전자만 상승세가 꺾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ASP가 성장세를 멈춘 것은 플래그십 제품의 판매 부진 때문이다. 올 7월 출시된 갤럭시Z폴드·플립6는 91만대의 사전예약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전작(102만대)와 비교해 수가 줄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도 전년 대비 100만대 줄어든 5800만대에 그쳤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8200억원으로 16.3%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흥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세계 출하량 1위를 유지하기 위해 저가형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20만원대 스마트폰 갤럭시 A06을 인도 시장에 내놨다. 지난 7월에는 인도를 포함한 해외 일부 국가에 70만원대 갤럭시 M35를 출시했다.
올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2위 시장인 인도에서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점유율 16%로 3위를 기록했다. 1위와 2위는 각각 비보(19%), 샤오미(17%)가 차지했다. 중국 제조사의 성장세로 삼성전자는 불과 1년 사이 인도 시장에서 선두를 빼앗긴 뒤 3위까지 밀려났다. 중국 업체들이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세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점차 약해져 내년에는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가 2위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6을 앞세워 중국 시장 수요를 일부 공략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16 시리즈가 지난 9월 출시된 후 3주간 중국 판매량이 20%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올 3분기 아이폰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462억2000만달러(약 64조1441억원)로, 시장에서 예상한 454억7000만달러(약 63조1032억원)를 상회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Z폴드·플립6에 새로운 AI 기능을 도입하며 매출 끌어올리기에 나섰지만, 갤럭시S24와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제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일부 소비자들이 아이폰16 구매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