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행사에서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인도 최대 복합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지난 24일(현지시각) 인도의 상업 수도 뭄바이의 한 컨벤션센터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보러온 인도 엔지니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황 CEO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가 수천명에 달해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행사도 30분 넘게 지연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곳에서 열린 AI 서밋 행사에서 황 CEO는 인도와의 협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인도 최대 복합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회장 무케시 암바니와 함께 무대에 선 황 CEO는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이 회사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가 반도체 허브로 키우려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릴라이언스가 짓고 있는 1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이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엔비디아는 인도 데이터센터 서비스 기업인 ‘요타 데이터 서비스’, 인도 타타그룹의 통신 기업 ‘타타 커뮤니케이션즈’의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주력 호퍼 AI 칩 수만개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황 CEO는 “미래에 인도는 AI를 수출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인도는 AI, 데이터, AI 인프라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와 대규모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이미 칩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며 이미 AI를 개발하고 있다”며 “아웃소싱과 백오피스(업무 지원 부서) 역할을 넘어 인도는 AI를 수출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인도는 AI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인도 정부는 컴퓨팅 인프라 개발과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등 AI 육성 프로젝트에 1030억루피(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앞세워 인도 정부는 반도체 기업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글로벌 빅테크 입장에서도 14억명 이상의 인구와 더불어 인터넷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는 중요한 시장이다. 황 CEO 역시 이날 “현재 엔비디아 매출에서 인도의 비중은 작지만, 우리의 기대는 크다”고 말했다.

필리핀도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만 TSMC 등과 협력을 모색 중이다. 필리핀 전자산업협회 대표인 댄 라치카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필리핀이 반도체 제조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TSMC와 대만의 또 다른 파운드리인 UMC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치카 대표는 “TSMC나 UMC, 또는 해외 팹 건설을 고려 중인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필리핀에 감가상각된 장비를 보내줄 경우, 여기서 필리핀 근로자들을 교육시켜 전 세계 사업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필리핀은 보고 있다. 필리핀 인구는 약 1억1700만명으로,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필리핀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정부와의 정치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TSMC는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지으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UMC는 싱가포르에 여러 반도체 제조 시설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