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시장 공략에 집중하던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현지 정보통신 분야 전시회에 참여해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고,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등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니언스, 엑스케이트, 모니터랩 등 12개 사이버 보안 기업들은 이달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중 하나인 ‘자이텍스(GITX) 2024′에 참여해 상담 1000여건, 상담액수 551만달러 등의 성과를 거뒀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지난 14~18일 열린 자이텍스에는 180개국 테크기업 6700여개사가 참가했다.
지니언스의 경우 최근 두바이 인터넷시티(DIC)에 신규 사무소를 개설했다. DIC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국내 기업들의 중동 수출 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곳으로, 지니언스는 중동 사무소 개설을 기점으로 유럽 및 아프리카로까지 무대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지니언스는 자사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지니안 NAC(Network Access Control)’를 내세워 올 하반기까지 중동에서 약 50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2022년 중동 고객사가 2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도 채 되지 않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것이다. 지니언스는 중동 지역 서비스 영역을 엔드포인트 위협 탐지 및 대응(EDR) 솔루션으로까지 넓힐 계획이다.
안랩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기업과 JV를 설립하며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버보안 및 클라우드 기업 ‘사이트(SITE)’와 JV ‘Rakeen(라킨)’ 설립 절차를 완료하고 공식 출범했다고 이날 밝혔다. 라킨은 ‘안정적인, 신뢰할 수 있는’ 의미의 아랍어 영문 표기로, 제품의 안정성과 기술의 신뢰성을 강조한 이름이다.
안랩은 라킨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내 공공기관 및 기업에 ▲엔드포인트(컴퓨터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모든 장치) 보안제품군 ▲네트워크 보안 제품군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형 보안 위협 분석 플랫폼 등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파수가 지난해 두바이에 본사를 둔 사이버보안 전문 유통사인 사이버나이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자이텍스에서 데이터 보안 상태 관리(DSPM) 등을 선보이는 등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2W도 올해 3월 중동 최대 기술 박람회인 LEAP 2024에 참여했다.
중동 사이버 보안 시장은 연평균 약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마련한 ‘정보보호 중동거점’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자이텍스에서도 과기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와 민관합동 중동디지털 수출개척단을 꾸린 바 있다.
사이버보안 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기존 석유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사이버보안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의 땅”이라며 “중동을 거점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