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CTA 제공

“디지털 전환 시대는 끝났다. 기업들이 클라우드와 5G(5세대 이동통신), 사이버보안 등을 도입하는 시기는 이제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이 기업 운영과 개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KES 2024) 오프닝 키노트’에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브라이언 코미스키 선임이사(시니어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CTA에서 혁신 기술 및 트렌드 분석을 맡고 있는 그는 내년에 주목할 4대 핵심 기술 키워드로 ‘AI 혁명’과 ‘커뮤니티’ ‘장수’ ‘인간 안보’를 제시했다.

코미스키 선임이사는 “우리는 생성형 AI 혁명의 초입에 있다”며 “작년에만 생성형 AI에 329조원이 투자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몇 년간 AI와 XR(확장현실) 기술을 결합해 기후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공장 운영을 최적화하고 심지어 가상 경제를 구축하는 디지털트윈이 핵심 혁신 영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트윈과 함께 그는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향후 수년간 AI 생태계에서 주요 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꼽은 두 번째 핵심 기술 키워드인 커뮤니티의 핵심은 ‘연결성’이다. 코미스키 선임이사는 “한국은 스키트 시티 기술 개발에서 오랫동안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이 기술만으로는 미래의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없다”며 “연결성은 커뮤니티의 기초를 구성하는데, 이러한 연결을 구축하기 위해 모빌리티(이동성) 생태계에서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CES 2025에서는 미래의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혁신 기술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율주행과 전기 혁신이 어떻게 사람들의 이동성을 개선하고 있는지, 또 기업들이 어떤 기술로 위험한 산업에서 안정성을 높이고 있는지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CES에서는 집 안에서의 연결성도 한층 더 강조된다. 코미스키 선임이사는 “CES 2025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파나소닉 등과 같은 기업들이 TV를 어떻게 ‘지능형 홈 커맨드 센터’로 전환해 연결된 기기와 앱을 더 잘 조정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를 목표로 기술 개발이 활발한 바이오테크와 디지털헬스, 웰니스 기술은 내년 전시회에서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코미스키 선임이사는 “AI 외에도 향후 10년을 정의할 또 다른 혁신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라며 “이 약물은 수면 무호흡증과 당뇨병 등을 연구하는 헬스테크 기업들이 제품을 혁신하는 데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GLP-1 유사체 기반 약물은 혈당 수치를 조절하고 음식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추며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GLP-1)을 모방해서 살을 빼게 해주는 비만 치료제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나왔지만, 이제는 혈당 조절을 넘어 비만, 대사 질환, 수면 문제 등 다양한 만성 질환의 예방 및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삶의 질을 보장하는 인간 중심 안보가 내년 기술 혁신의 핵심 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파리 기후 협정의 중간 목표 점검이 예정된 2025년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기 시작해야 한다”며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에너지 전환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정에너지 인프라와 스마트 그리드 관리 기술이 에너지 전환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삼성과 같은 기업이 AI를 활용해 가정에서 에너지 운영을 자동화하는 것을 전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