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로고. /뉴스1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올해 3분기 마케팅비를 일제히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올해 초 시행한 전환지원금과 중저가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확대로 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잇따른 정책 실패에도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후속 대책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통신 3사가 장기 고객 등을 대상으로 멤버십 혜택 등을 축소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마케팅비 감소로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정부, 통신 시장 활성화 대책 ‘오리무중’… 통신 3사는 일제히 마케팅비↓

15일 대신증권 등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마케팅비로 SK텔레콤은 7400억원, KT는 6200억원, LG유플러스는 540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3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든 수치다. 통신 3사는 2019년 5G(5세대 이동통신) 도입을 기점으로 매출 대비 마케팅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경우 2019년부터 현재까지 평균적으로 분기 매출에서 25.2%를 마케팅비로 지출했는데, 올해는 16%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비에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각종 홍보 활동에 쓰이는 비용과 대리점에 지급하는 보조금 등이 포함된다.

올해 들어 시행된 통신 3사 간 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전환지원금’ 영향으로 알뜰폰 가입자는 유입이 줄었다. 지난 1월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8만1048건이었는데, 지난달에는 1만8339건까지 감소했다. 번호이동 시 위약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자, 알뜰폰 가입자들이 혜택이 더 많은 통신 3사 요금제로 옮겨간 것이다.

통신 3사가 내놓은 5G 중저가 요금제도 알뜰폰 위축을 가속화했다. KT는 올해 초 가장 먼저 월 3만7000원에 데이터 4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5G 슬림 4GB’ 등 중저가 5G 요금제를 출시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3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했다.

정부는 앞서 시행한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자 최근 ‘알뜰폰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폰 업계를 침체시키면서 통신 3사 체제를 공고하게 만든 셈”이라며 “시장 경쟁이 저하되자 통신 3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마케팅비를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 통신 3사, 멤버십 혜택 줄여… 올해 3분기도 영업익 ‘1조’ 무난

이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19년부터 제휴업체였던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 행사 상품에 대한 멤버십 할인을 폐지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올해 2월부터 GS25 행사상품에 대해 중복 할인 혜택을 없앴다. 가입자의 사용 빈도가 높은 무료 영화 혜택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2021년부터 영화 티켓 무료 예매 횟수를 6회에서 3회로, KT는 2019년부터 연 12회에서 6회로, LG유플러스는 2018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연 24회에서 3회로 줄였다.

통신 3사는 올 3분기에도 합산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5224억원, KT는 4418억원, LG유플러스는 2515억원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18.2%, 37.3% 늘어났고, LG유플러스는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늘어난 통신비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경쟁력 있는 알뜰폰 업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