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11일 귀국했다. 굳은 표정으로 출국장을 나선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및 하반기 인사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지난 8월 7일 파리 올림픽 출장에서 귀국하며 갤럭시 Z플립6의 마케팅 효과 등을 언급한 것과 달리, 이번 귀국길에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는 것은 실적 부진 등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 지연,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부진 등으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1조원가량 밑돌았다. 잠정 실적 발표 당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실적 부진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연말인사에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반도체연구소 내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칩 연구개발 부문도 사업부 개발실 산하로 이동하는 등 일부 조직 개편도 단행됐다. 전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 직후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철수도 결정했다. 메모리 사업부 D램 연구개발 조직과 선행 개발, 마케팅 조직을 재정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 등 외신은 삼성전자 동남아시아주와 뉴질랜드 등 해외법인에서 수천명 규모의 인력 감축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인도와 남미 일부 지역에서 이미 인력의 10%를 감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함께 귀국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설계한 엑시노스 시리즈의 갤럭시S25 탑재 여부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 기업의 추격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준비되면 말씀드리겠다” 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도 귀국길 동행했지만 정기 인사 등에 대한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