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 25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를 열고 스마트폰을 이을 안경처럼 쓰는 증강현실(AR) 기기를 공개했다./연합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이 안경처럼 쓰는 증강현실(AR) 기기 ‘오라이언(Orion)’을 공개했다. 무게는 98~100g 정도로,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6분의 1 수준이다. 일반적인 뿔테 안경 무게가 40g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오라이언은 AI 기능을 품은 웨어러블 기기라는 점에서 상용화 해도 불편함이 없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무겁고 비싸다는 단점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AR헤드셋을 뛰어넘어 AR안경이 진정한 ‘핸즈프리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이미 지난 2013년 ‘구글 글라스’ 출시 후 실패를 경험했던 구글은 AR 헤드셋 제조업체인 ‘매직 리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다시 AR 글래스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소셜미디어 ‘스냅챗’을 서비스하는 스냅은 5세대 AR 안경인 ‘스펙터클스’를 공개했고, 애플 역시 스마트 안경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2의 AR 디바이스 전쟁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화상통화·유튜브도 100g짜리 AR안경으로 해결

“음성도 좋지만 때때로 무엇을 하려는 지 말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뇌에서 장치로 바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개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를 열고 새 제품인 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안경으로, 수십 년에 걸친 획기적인 발명품의 계산이자 기술 업계에서 이뤄내기에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다”면서 “‘오라이언’은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팅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검은색의 두꺼운 뿔테 안경처럼 생긴 오라이언은 안경을 쓴 상태로 문자 메시지 확인은 물론, 화상 통화, 유튜브 동영상까지 볼 수 있다. 오라이언에는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2개의 카메라를 포함, 총 7개의 카메라가 내장돼 있으며 손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화면을 제어할 수 있다. 안경에 장착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프로젝터가 렌즈에 3차원(3D) 홀로그램 이미지를 투사시켜 AR을 구현한다. 여기에 손목밴드까지 장착하면 사용자는 더욱 섬세하게 컨트롤이 더욱 가능하다.

메타가 이날 공개한 데모 영상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오라이언을 착용해보는 모습도 담겼다. 황 CEO는 “트래킹(시선 추적)이 좋고, 밝기도 좋고, 색상 대비도 좋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 역시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 안경 중 가장 큰 70도의 시야각을 제공하고,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메타에 따르면 ‘신경 인터페이스(Neural Interface)’가 오라이언의 핵심 인터페이스다. 오라이언은 근전도(EMG) 손목밴드가 기본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포함된다. 근전도 손목밴드가 음성, 시선, 핸드추적과 함께 결합해 팔을 들어올리지 않고도 스와이프, 클릭, 스크롤이 가능하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선 고가의 가격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오라이언의 렌즈는 유리나 플라스틱이 아닌 고가의 탄화규소로 만들어져 제작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용 제품 출시 시기와 가격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외신에선 2030년 이전에 해당 제품이 시중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은색의 두꺼운 뿔테 안경처럼 생긴 '오라이언'은 실생활 활동을 하면서 안경을 쓴 상태로 문자 메시지 확인은 물론, 화상 통화, 유튜브 동영상까지 볼 수 있다. /로이터연합

◆AR글래스 재도전 하는 빅테크들…'AR 전쟁’ 다시 가속화

AR 안경은 스마트폰의 뒤를 이어 핸즈프리 시대를 열 차세대 스마트 기기로 주목받았으나, 안경이라는 작은 기기에 많은 기능을 구현해야 하는 기술적 한계로 주춤한 바 있다. 하지만 메타를 시작으로 이미 구글과 애플 등이 다시 개발에 박차를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소셜미디어 ‘스냅챗’을 서비스하는 스냅의 경우, 사용자의 눈 앞에 이미지를 투사해서 보여주는 증강현실(AR) 기능을 가진 AR안경을 내놓고, 1년간 월 99달러 구독 형태로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지난 17일 스냅이 공개한 5세대 스마트 안경인 ‘스펙타클스’는 오픈AI의 인공지능이 탑재돼 음성으로 대화를 하거나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AI와 인터랙션이 가능하다. 착용한 상태로 즉시 사진이나 동영상도 찍을 수 있는 점 때문에 SNS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게는 226그램으로, 메타 퀘스트, 비전 프로 등 MR디바이스에 비해서는 가볍지만 오라이언보다는 2배 무거운 편이다.

2013년 스마트안경 ‘구글 글라스’를 내놨다가 2년 만에 단종시킨 구글도 다시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앞세워 스마트 글래스 시장 복귀를 검토하고 있다. 구글은 현재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벤(Ray-Bans)의 모회사인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에 스마트 글래스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한 상태다. 미래에 출시될 스마트 글래스에는 제미나이 AI 어시스턴트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레이벤은 이미 메타와 스마트 글래스 시장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구글의 제안을 에실로룩소티카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 밖에도 이미 ‘비전프로’로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에 참전한 애플은 AR 스마트안경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의 스마트안경은 기술적인 문제로 개발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져 내년 이후 출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