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뉴스1

알뜰폰 업계가 아이폰16 출시에 발맞춰 저가 요금제를 쏟아내고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직후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데다, 아이폰 시리즈는 20·30대가 선호하는 인기 기종이기 때문이다. 현재 나와 있는 1000원 미만 알뜰폰 요금제는 70종 이상이며, 100원대 요금제도 40종에 달한다.

◇ “월 100원만 내면 데이터 3GB 제공”

26일 알뜰폰 비교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현재 월 이용료가 1000원 미만인 5G(5세대 이동통신),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는 72종, 100원대 요금제는 43종이다. 1000원 미만 요금제는 삼성 갤럭시Z폴드·플립이 출시된 지난 7월보다 20여종이 늘었고, 100원대 요금제는 15종이 증가했다. 해당 요금제들은 4~12개월이 지나면 6000원~7000원대 요금제로 전환되지만, 알뜰폰은 별도 약정이 없는 만큼 다른 업체의 요금제로 갈아타면 된다.

현재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판매 중인 곳은 ‘이야기 모바일’이다. 이야기 모바일은 월 100원에 데이터 3기가바이트(GB), 음성 100분, 문자 100건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이야기모바일은 이달 자사 저가 요금제를 활용해 통신비를 절감한 후기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한다. 티플러스는 저가 요금제 가입자 중 추첨을 통해 백화점 상품권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 10월 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됐을 당시 번호이동 건수는 49만6256건으로, 전월 대비 22% 늘었다. 알뜰폰 업계가 아이폰16 특수를 기대하는 이유다. 통신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단말기를 별도 구매한 뒤,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다.

아이폰은 최신 제품을 선호하는 20·30대 소비자층의 선호도가 뚜렷하다. SK텔레콤이 이달 진행한 아이폰16 사전 예약에서도 20·30대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 결과 18∼29세 응답자의 64%가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알뜰폰 업체가 내놓은 100원 요금제./알뜰폰허브 제공

◇ 정부, 알뜰폰 지원 카드 다시 검토

올해 알뜰폰은 통신 3사 간 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전환지원금’ 영향으로 가입자 유입이 줄었다. 올 1월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8만1048건이었는데, 지난달에는 2만6009건까지 감소했다. 번호이동 시 위약금을 지원 받을 수 있게 되자, 알뜰폰 가입자들이 혜택이 더 많은 통신 3사 요금제로 옮겨간 것이다.

그러나 전환지원금 효과가 미미하고, 지난달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이 좌초되자 정부는 다시 ‘알뜰폰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동통신 대리점(일명 성지)들이 불법 보조금을 불사하며 가입자를 유인하고 있는 만큼, 알뜰폰 업체도 저가 요금제로 맞불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달 성지를 방문하면 신용카드 발급 등 부가 조건을 수락한 뒤, 아이폰16을 최저 1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통신 3사에서 공시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최대 90만원 저렴하다.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 3사에서 받는 판매장려금을 활용해 가입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알뜰폰 업체가 가입자 1명을 유치할 때마다 통신 3사로부터 5~1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가입자 1명이 늘어날 때마다 월 5000원 수준의 도매대가를 통신 3사에 지불해야 한다. 결국 100원 요금제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판매수수료가 줄어드는 구조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정부가 알뜰폰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업체들이 마케팅에 더욱 과감하게 나서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통신비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정부에 보내려는 의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