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애플의 최신폰 ‘아이폰16′에 대한 불법보조금이 판치고 있다. 출고가가 125만원인 아이폰16 기본형 모델의 경우 10만~20만원대로도 구매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S24와 갤럭시Z플립6의 경우 공짜폰 혹은 차비폰(구매 시 차비 명목으로 웃돈을 얹어주는 단말기)으로 판매되는 상황이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성지’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에서 불법보조금을 받을 경우 아이폰16(기본형 128GB 기준) 시세는 SK텔레콤 40만~50만원대, KT 40만~60만원대, LG유플러스 10만~20만원대로 형성됐다.
판매 지역이나 번호이동/기기변경 등 세부 조건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불법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5G(5세대 이동통신) 고가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해야 하는 조건도 붙는다.
지난 20일 출시한 아이폰16 시리즈 가격은 기본형 125만원, 아이폰16 플러스 135만원, 아이폰16 프로 155만원, 아이폰16 프로맥스 190만원이다. 통신 3사 공시지원금이 SK텔레콤 8만6000~26만원, KT 3만6000~24만원, LG유플러스 20만8000~45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출시 초부터 파격적인 가격이다. 아이폰16을 불법보조금을 받아 구매할 경우, 공시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최대 60만원에서 90만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아이폰16과 경쟁하는 갤럭시S24(기본형 기준)는 공짜폰 혹은 차비폰으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Z플립6도 일부 판매점에서 번호이동을 할 경우 차비폰으로 구매할 수 있다.
업계에선 이를 감시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다.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도 불가능하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개혁 이슈에만 매몰되면서 통신 업무가 방치됐다는 시각도 있다.
방통위 내부에선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는 게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불법보조금의 규제 근거가 사라진다. 방통위는 지난 1월 휴대전화 불법지원금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이른바 ‘폰파라치(휴대폰+파파라치)’ 제도 연장도 포기했다. 아이폰16 출시를 앞두고는 지난 5일 ‘성지’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이용자 주의를 당부한 것이 전부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실장은 “방통위 수장이 공백인 상태에서 방송 이슈로 인해 통신 이슈까지 묻히고 있다”며 “불법보조금 문제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단통법 폐지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굳이 나서서 단속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