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이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반도체 공정 핵심 장비인 심자외선(DUV) 장비가 상용화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네덜란드 ASML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에 이어 DUV 장비 수출 및 기존 장비 유지·보수 중단을 검토 중인 가운데, 중국이 장비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MIIT가 발표한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의 DUV 장비는 노광 공정의 핵심인 해상도와 회로의 정렬 상태를 측정하는 오버레이 기술 등의 한계로 4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활용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8㎚ 이하 첨단 공정의 경우 해상도가 38㎚ 이하여야 하지만, 해당 장비의 해상도는 65㎚ 이하로 40㎚ 공정도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DUV 장비는 반도체 8대 공정인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반도체의 회로를 그리는 핵심 설비다. MIIT가 해당 장비를 국산화 했다고 발표했을 당시 관련 DUV 장비를 8㎚ 이하 공정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기술 사양을 분석해 본 결과 중국 현지에서도 해당 장비 기술력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중국 반도체 전문 매체 IC SMART 등은 “해당 장비는 8㎚ 또는 7㎚ 칩은 물론 28㎚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DUV 장비 국산화는 중국 반도체 산업 굴기의 핵심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산업 규제로 ASML로부터 첨단 노광장비 EUV 수입에 이어 장비 유지·보수까지 막힌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SMIC는 EUV 대비 저사양 장비인 DUV 장비를 통해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7㎚ 공정으로 양산했다.
DUV 장비를 사용할 경우 EUV 장비와 달리 회로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그려야 하는 만큼, 생산성과 수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SMIC가 DUV 장비로 진행한 7㎚ 공정 생산 수율은 50% 미만이다. TSMC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의 7㎚ 수율이 90% 이상인 것과 대조적이다.
DUV 장비마저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어, 중국 기업은 DUV 장비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첨단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도 핵심 제조 장비와 기술력에 공백이 생기면, 이 같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3440억위안(약 64조3300억원) 상당의 3기 빅펀드를 출시하는 등 반도체 기술 자립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DUV 장비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발목이 잡히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중국의 대표적인 노광 장비 제조업체인 SMEE도 아직 첨단 공정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오버레이 등 세부 기술력 문제로 생산 수율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DUV 장비 국산화는 반도체 제조 기술력과 직결되는 중국 반도체 기술 자립의 핵심 과제”라며 “중국 정부와 기업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생산라인에 투입돼 제품을 양산해 내기 위해선 얼마나 빠르게 설비를 최적화하고, 이를 사용하는 엔지니어들의 숙련도를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