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파트너사인 오픈AI와의 관계가 변화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MS는 최근 ‘스프레드시트LLM’과 ‘파이 3.5′ 시리즈와 같은 다양한 LLM(초거대언어모델)을 발표했습니다. LLM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 인간과 유사한 자연어 이해와 생성 능력을 갖춘 생성형 AI를 개발하기 위한 뼈대입니다. MS의 이러한 움직임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의 파트너십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AI 시장에서 독립적인 기술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MS는 오픈AI에 약 130억달러(약 17조3576억원)를 투자, 지분 49%를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그동안 오픈AI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오픈AI의 LLM인 GPT를 자사의 다양한 제품에 통합해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오픈AI가 지난달 자체 검색엔진 ‘서치GPT’를 발표하며, MS의 검색엔진 ‘빙(Bing)’과 직접 경쟁하는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이로 인해 두 회사 간의 협력 관계는 긴장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MS는 지난달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오픈AI를 경쟁자로 명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오픈AI가 MS는 물론 애플과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MS와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 MS는 오픈AI와의 협력 관계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오픈AI 측은 “MS와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며, 파트너십은 상호 경쟁을 이해하는 기반 위에 맺어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습니다.
MS는 오픈AI의 움직임을 예견이라도 한듯 최근 자체 AI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스프레드시트LLM과 파이 3.5 LLM 발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두 LLM은 SLM(소형언어모델)으로도 불립니다. SLM은 LLM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파라미터를 사용해 특정 작업에 최적화한 모델로, 비용 효율성과 속도에 중점을 뒀습니다.
MS가 지난 7월 공개한 스프레드시트LLM은 복잡한 엑셀 데이터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AI 모델입니다. 지난달 공개한 ‘파이 3.5′ 시리즈는 언어 처리, 추론, 이미지 이해 등의 기능을 강화해 다국어 지원과 비용 효율성에 신경을 썼습니다.
MS는 KT와도 협력해 한국 특화형 LLM 및 SLM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는 MS가 GPT에서 벗어나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개별 국가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김명주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장(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MS와 오픈AI는 ‘혈맹 관계’가 아니라 이익에 따라 언제든 협력과 경쟁을 반복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서치GPT로 두 회사 간 갈등이 드러났고, 오픈AI에 의지했던 MS도 자체 LLM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