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샤오미 매장./조선DB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샤오미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미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를 통해 AP를 양산,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할 방침이다. 샤오미의 AP는 퀄컴의 최신 AP 제품인 스냅드래곤 8 4세대보다 3세대 뒤진 1세대와 유사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가 개발 중인 AP는 TSMC의 4㎚(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공정을 사용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퀄컴의 스냅드래곤 8세대와 미디어텍의 다이멘시티 9400는 TSMC 3㎚ 공정을 사용해 양산되고 있다. 샤오미는 출시 초기 단계에서 자체 AP 출하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1세대 뒤인 4㎚ 공정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샤오미는 자체 AP를 설계하는 삼성전자, 애플과 달리 퀄컴과 미디어텍 등에 AP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샤오미 14시리즈에도 스냅드래곤 8 3세대가 탑재됐다. 샤오미 입장에서는 고성능 AP의 원활한 수급이 절실하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불릴 만큼 기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샤오미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4% 수준으로 삼성전자(20%)와 애플(16%)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하는 온디바이스(내장형) AI 경쟁이 벌어지면서 고성능 AP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애플 등과 경쟁하기 위해선 스마트폰 성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AP 설계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자체 AP 설계가 필요하다. AP는 스마트폰 부품 중에서 단가가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P 매입에만 11조7320억원을 지출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원재료 매입액 중 가장 큰 비중(18.1%)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설계를 맡고 있는 ‘엑시노스 시리즈’ 외에도 퀄컴과 미디어텍 등으로부터 AP를 공급 받고 있다.

샤오미는 현재 Arm과 협력해 AP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년에 예정대로 AP를 출시해도 신제품 주력 모델에는 퀄컴과 미디어텍이 개발한 AP를 사용하고 중저가 모델에 자체 개발 AP를 적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강성철 한국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샤오미는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 출신 인재들과 명문대 석·박사 연구 인력을 흡수하며 설계 기술력을 끌어올렸다”며 “막강한 자금력과 인재,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예상보다 빠르게 AP를 개발할 수 있다.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출시 초기 단계에서는 중저가 모델 중심으로 AP를 먼저 채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TSMC가 샤오미에 첨단 공정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가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에 공급되는 하이실리콘의 AP 양산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며 “샤오미는 소비자 가전에 집중하고 있어 미국이 화웨이 수준의 제재를 가할 지 확언할 수 없지만, 중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샤오미에 대한 제재가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자회사로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P를 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TSMC가 화웨이에 들어가는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자, 회사 매출이 1년 새 80% 넘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