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카카오가 최근 1년 사이 특허를 100건 이상 늘린 반면 네이버의 특허 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카카오가 아직까지 인공지능(AI) 검색 기능을 탑재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각 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 2분기 기준으로 총 97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보다 119건(13.9%) 늘어난 수치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및 계열사의 신규 특허 발굴 활동으로 특허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특허 수는 2719개로 6건(0.1%) 늘어나는데 그쳤다. 네이버 관계자는 “연구의 진척도에 따라 특허 수 증감도 달라질 수 있다”며 “신규 사업 집중을 위해 활용도가 낮은 특허는 정리하는 과정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6월 특허검색시스템 키프리스(KIPRIS)를 통해 ‘클러스터 컴퓨팅 시스템에서의 리소스 할당 방법 및 장치’ 기술을 공개했다. 컴퓨터가 AI 기술을 구현할 때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작업의 난이도에 맞게 스스로 분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같은 달 AI가 탑재된 카메라가 얼굴, 객체 인식 등 영상 분석을 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공개했다. 네이버도 올 2분기 AI를 구현할 때 활용하는 클라우드 보안 관련 특허를 냈다. 이밖에 로봇과 관련된 맵핑 기술이나 충전 기술에 대한 특허가 주를 이뤘다.

카카오가 지난 6월 공개한 AI 스마트 카메라 관련 특허./카카오 제공

카카오 다음은 아직까지 AI 검색 기능을 포털에 적용하지 못한 상태다. 카카오 내 다음 포털 사업을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이 생성형 AI 기반 검색 기능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에 AI 대화 요약 기능 등을 추가하긴 했지만 월간활성이용자(MAU) 수가 꾸준히 감소하며 7개월 연속으로 유튜브에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량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카카오는 이달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리더십 부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경쟁사와의 AI 기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핵심 동력까지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PC 통합 검색창에 AI 검색 서비스 ‘큐:’를 탑재한 후 10개월 만에 국내 검색 점유율 60%대를 회복했다. ‘큐:’는 복잡하고 긴 질의를 대화하듯 입력하면 AI가 원하는 결과를 요약해 답하는 기능을 갖췄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포털 빙에 생성형 AI 비서인 ‘코파일럿’을 적용했다. 문서를 요약·분석하거나 최신 이슈에 대한 답을 즉각 내놓는 기능을 갖췄다. 코파일럿에 힘입어 MS 빙은 지난달 최초로 카카오 다음을 누르고 국내 검색 시장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재식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교수(XAI 연구센터 센터장)는 “카카오가 AI 관련 기술을 많이 확보하면서, 경쟁을 위한 대비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관련 기술을 미리 선점해 두면 타사와 차별화된 기능을 갖춘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