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방통위는 다시 1인 체제로 전환됐다. 이는 방통위 역사상 첫 탄핵 사례로, 이진숙 위원장은 임명된 지 불과 3일 만에 직무가 정지되는 전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방통위는 주요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며, 주요 정책 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식물’ 방통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탄핵안을 단독으로 가결했다. 김태규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았으나, 방통위는 당분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됐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어야만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으며, 의결은 재직 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방통위는 이미 KBS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임명,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 임명 등 주요 안건을 서둘러 처리했지만, 이진숙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새로운 정책 추진과 현안 해결이 어려워졌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이러한 주요 업무 중단으로 인해 정책 대응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방통위는 최장기간 180일간 일반 행정 업무만 할 수 있다. 전례를 고려하면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4~6개월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미 2년 가까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상태였다. 한상혁 전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으로 면직된 후, 김효재 전 위원장 직무대행,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 이상인 전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잇따라 임명됐으나, 업무의 연속성은 유지되지 못했다.
현재 방통위는 특히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과징금 부과, 이동통신사 판매장려금 담합 조사,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의 중요한 현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또 방통위는 직무대행 체제에서 EBS 이사 임명, 구글 인앱 결제 과징금 부과, 네이버 알고리즘 실태조사 발표 등 정책 업무가 중단된 채 청문회 등을 치러야 한다. 야당은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방송장악 국정조사도 예고한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이 위원장이 복귀하게 되지만, 인용되면 방통위는 새로운 위원장을 임명해야 하는 추가적인 혼란이 예상된다.
이 방통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에서 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가 마비될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