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NPU는 인간의 뇌를 모방, 뇌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신호를 주고 받는 것처럼 작동한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비용, 전력효율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미국,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비용 효율적이고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비율)를 끌어올린 NPU로 시장 개화를 주도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NPU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미국, 이스라엘, 한국 등 3개국이다. 한국 NPU 팹리스·IP(설계자산) 기업 중에서는 딥엑스, 모빌린트,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해외 IT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장점은 반도체 제조업 특유의 자본 집약적인 특성에 구애받지 않고 시장 요구에 빠르게 혁신하는 민첩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NPU 기업들의 상당수가 5~6년 전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스타트업 특유의 유연성은 제품 개발 및 출시 시간을 단축하고,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높은 성장 기회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수요와 일치한다.
◇ 스타트업 천국 美·이스라엘서 NPU 투자 확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NPU 설계 기업 SiMa.ai는 현재까지 누적으로 2억7000만달러(약 37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의 NPU는 내장된 엣지(Edge) 애플리케이션용 저전력, 고성능 머신러닝 추론에 특화됐다.
실리콘밸리 소재 NPU 기업인 에치드(Etched)는 1억2000만달러(약 166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은 LLM(거대언어모델) 추론 비용을 근본적으로 절감하도록 설계된 변압기에 특화된 AI 기반 컴퓨팅 하드웨어를 제공한다.
‘스타트업 강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 역시 NPU 기업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헤일로(Hailo)는 3억4000만달러(4714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헤일로는 LLM을 비롯한 다양한 AI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저전력 소비로 설계된 AI 프로세서 헤일로-10(Hailo-1)을 공개한 바 있다.
◇”韓 대표주자는 딥엑스, 오픈엣지, 모빌린트”
한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NPU 기업으로는 딥엑스, 모빌린트,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꼽힌다. 미국 IT 전문매체 앱디벨로퍼는 “한국은 정부 주도 하에 AI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서구 기업으로부터 AI 기술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이어 NPU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업으로 세 기업을 꼽았다.
엣지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고성능, 저전력 솔루션 NPU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딥엑스는 지난 4월 시리즈C 투자로 1100억원을 유치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 중 올 상반기 투자 유치 금액 1위를 기록했다. 딥엑스의 성공 비결은 독자적인 기술력과 방대한 특허다. 특허정보 분석업체 페이턴트피아(PATENTPIA)에 따르면, 엣지 컴퓨팅용 신경망처리장치(NPU) 분야에서 딥엑스의 공개특허는 34건이며, 269건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한국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반도체 설계자산(IP)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데이터 간 고속 연결을 지원하는 인터페이스 IP와 AI 반도체로 분류되는 NPU용 IP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600억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 연구개발(R&D) 강화와 인수합병(M&A)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모빌린트도 올해 초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누적 투자금 규모가 3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모빌린트는 글로벌 AI 반도체 벤치마크 ‘MLPerf’에 설립 1년 만인 2020년 참가해 국내 최고 성적을 거두며 기술력을 알렸다. 삼성전자,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과 함께 MLCommons(MLPerf 운영 커뮤니티) 설립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