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비수기에도 영업이익은 2분기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주력인 가전 사업에서 기업 간 거래(B2B)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데다, 미래 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의 호실적이 뒷받침한 덕분이다.
LG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조19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5일 공시했다. 매출은 21조694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LG전자는 “B2B 사업의 고속 성장이 사업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전장 사업은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와 그간 확보해 온 수주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갔고, 또 다른 B2B 사업인 고효율 칠러 등 냉난방공조(HVAC) 사업은 AI 인프라 후방산업 영역에서 추가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고 LG전자는 전했다.
◇ 생활가전·전장 매출 나란히 역대 최대, 영업익 2분기 최대
사업본부별 실적을 보면, LG전자의 캐시카우인 H&A(생활가전)사업본부는 B2B와 구독 사업이 실적을 견인하며 2분기 매출 8조8429억원, 영업이익 69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16% 올랐다. 매출은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최대치다.
올 2분기 중남미, 중동·아프리카와 같은 신흥시장 수요 확대에 맞춰 라인업과 가격대를 다변화하는 등 시장 양극화에 대응하는 볼륨존 전략이 주효했다. 구독, 온라인 등 신규 사업 영역의 성과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LG전자는 3분기도 시장 수요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냉난방공조, 빌트인 등 B2B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 인수를 마무리한 만큼, 가전사업 시너지 창출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효자 사업으로 자리잡은 전장(VS)은 2분기 매출 2조6919억원, 영업이익 8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 올랐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전장 사업 역시 매출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2분기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영향에도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며 성장을 지속했다. LG전자 측은 “당분간 시장 불확실성은 이어질 전망이지만, 기존 수주 프로그램에 맞춰 프리미엄 신제품 및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안전·편의장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전장 사업의 매출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TV 사업은 영업익 줄어... “효율적 운영에 초점”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 3조6282억원, 영업이익 970억원을 기록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주요 시장인 유럽 지역 수요 회복에 힘입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3% 올랐다. 웹OS 콘텐츠·서비스 사업의 고속 성장도 지속됐다. 영업이익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등 원가 상승 요인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다.
올 3분기 전체 TV 시장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프리미엄 제품인 OLED TV 수요 회복세는 전체 TV 시장 대비 높을 전망이다. LG전자는 OLED TV 판매 확대를 통해 LCD 패널 가격 인상 등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 사업의 효율적 운영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IT 기기와 상업용 디스플레이, 로봇 등을 다루는 BS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 1조4644억원, 영업손실 5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LED 사이니지, 전자칠판, 게이밍모니터 등 전략 제품의 매출 확대가 이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9.9% 늘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LCD 패널 등 원가상승 요인과 전기차 충전, 로봇 등 육성 사업의 투자가 이어지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3분기엔 상업용 디스플레이나 게이밍 모니터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BS사업본부는 전략 제품 중심의 판매 확대를 이어가는 동시에 효율적 자원 운영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 사업 체질 변화·신사업 조기 육성 속도
LG전자는 B2B 사업을 비롯한 신사업에 전력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제조 노하우에 AI를 결합해 시작한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올해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외부 업체 대상 수주액이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향후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군으로 고객을 확장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육성한다는 포부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북미 1위 충전사업자 ‘차지포인트’와 손잡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증권가에선 LG전자가 올해 매출 약 89조원, 영업이익 4조원 중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LG전자의 플랫폼 서비스와 고부가 공조 시스템의 매출 성쟝률은 연평균 30~40%를 기록하며 올해 B2B 사업 매출 비중이 40%에 달할 것”이라며 “3분기에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이 전망되며, 올해부터 LG전자의 영업이익 증가는 순이익 증가로 직결될 전망”이라고 했다.
조현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생활가전의 B2B와 구독 사업은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내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용 칠러, 로봇, 전기차 충전기 등 중장기 성장 동력도 분명하다”며 “사업의 질이 개선되고 있어 올해 별도 기준 연간 영업이익은 4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