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마이크로소프트(MS)발 ‘사이버 정전’ 사태로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태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 1위 소프트웨어 기업의 보안 솔루션 업데이트 오류가 다른 기업들에게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되는 모양새다.

◇ 美 보안업체 오류 원인… 韓 보안 기업 주가 상승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이버 정전 사태 이후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사태 이후 첫 거래일인 22일 보안 솔루션 기업 SGA솔루션즈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78% 오른 654원에 거래를 마쳤다. 모니터랩, 지니언스 등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사태 직후 동반 상승했다. 23일 종가 기준 지니언스의 주가는 사이버 정전 사태 직전인 19일 대비 6.73%오른 8880원을 기록했다. 모니터랩의 경우 사이버 정전 사태 영향으로 9%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사이버보안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가 업데이트해 배포한 보안 프로그램은 MS 윈도와 충돌해 윈도에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약 850만대의 작동이 중단됐다. 이 여파로 항공·방송·통신·금융 등의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 오류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서 시작됐지만, MS를 거쳐 전 세계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MS는 “전체 기기의 1% 미만이지만, 경제적·사회적 영향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전방위적인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발권·예약 시스템 등에 문제가 생겨 약 12시간 만에 복구됐고, ‘검은사막’ 운영사인 펄어비스와 ‘라그나로크 온라인’ 운영사 그라비티도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입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은 10곳으로, 현재 이들 기업의 피해 복구는 모두 완료된 상태다.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국내외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항공기 지연·결항이 속출했다./뉴스1

◇ ”MS발 대란으로 사이버보안 중요성 커져”

사이버보안 업계에서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사이버 정전이 관련 기업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사이버보안의 필요성을 피부로 체감하게 만든 이벤트”라며 “몇 시간 동안의 사이버 오류가 만들어낸 여파가 이 정도임을 감안하면 보안의 필요성이 높아질 여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SGA솔루션즈는 서버와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모니터랩은 웹 서버에 대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5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모니터랩의 보안 솔루션인 웹방화벽(AIWAF)은 웹서버를 대상으로 시도되는 해킹 공격을 막아주는 보안 제품이다.

단말 기반 지능형 위협 탐지 및 대응 시스템(EDR)을 주력으로 하는 지니언스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사업 영역과도 겹쳐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윈도와 충돌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서비스는 EDR 솔루션인 ‘팔콘 센서’다. EDR은 사용자 단말을 위협하는 악성코드·이상행위를 빠르게 탐지, 분석 및 대응하는 보안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지니언스가 지난 2017년 처음 개발했다.

심의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보안 정책 강화로 (지니언스의) 사업 기회가 부각될 것”이라며 “지니언스 EDR 솔루션은 지난해 조달시장 점유율 78%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