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 경영진이 미국의 제재로 회사가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고 밝히며, 자체 개발한 반도체가 중국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자체 칩을 넣은 화웨이 기기를 사용하는 게 중국 전자 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리처드 유 화웨이 디바이스비즈니스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중국 인플루언서 동유휘와의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면 중국의 전자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며 “화훼이는 스마트폰에 외국산 칩을 사용하는 대신 중국산 칩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린’ 칩이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해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작년 8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프로세서로 구동되는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미 제재로 2019년부터 5G 칩 수입이 막힌 화웨이가 자체 칩을 개발해 보란 듯이 4년 만에 5G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이다. 화웨이의 모바일용 ‘기린’ 프로세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SMIC가 제조한다.
자체 칩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전까지 화웨이는 극심한 위기에 봉착했었다고 유 회장은 전했다. 그는 “미 정부가 2022년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화웨이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200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2022년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2800만대로, 2019년 약 2억4000만대에서 9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유 회장은 “그 시기엔 엄청나게 어려웠다”며 “화웨이 팀은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자체 개발 칩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화웨이 스마트폰을 분해해서 보면, 기린 칩을 비롯해 중국산 부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미 제재 이후 화웨이 고위 임원이 자사 스마트폰에 쓰인 중국산 부품에 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전자제품 수리업체 아이픽스잇은 올해 나온 화웨이 스마트폰 퓨라 70을 분석한 결과 화웨이가 패키징한 것으로 추정되는 낸드플래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이픽스잇 관계자는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퓨라 70엔 중국 부품 사용 비율이 이전 제품보다 분명히 높다”고 했다.
유 회장은 “여러 혼란 끝에 화웨이는 자체적인 발전을 이뤄냈고, 중국 성장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등 새로운 단계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중국에서 50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출하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은 작년 12%에서 올해 19%로 뛰어 선두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유 회장은 화면이 두번 접히는 ‘트리플 폴더블폰’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다른 제조업체에선 만들 수 없는 새로운 폴딩 스크린 제품을 5년간 고민한 끝에 마침내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반도체 분야에서 아직 뒤처져 있지만, 이것이 큰 장애물은 아니다”라며 “화웨이는 기기 성능을 높이는 고급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고, 반도체 역시 더 개선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