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성능은 극대화하면서, 전력 소모는 최소화할 수 있는 메모리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직 형태의 4F스퀘어 구조 D램과 3D D램 등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차질 없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16일 부산 서구 윈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반도체공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유창식 삼성전자 D램 선행개발팀장(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 부사장은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해 ‘더 나은 삶을 위한 D램’이라는 주제로 AI 시대 D램에 요구되는 조건들과 삼성전자의 차세대 D램 개발 방향을 설명했다.
유 부사장은 강연에서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성능 향상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메모리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까지는 D램의 밀도가 15%씩 높아졌다”면서도 “하지만 이후부터 D램 미세화 난도가 올라가면서 밀도를 높이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데이터센터 내 서버에서 발생하는 전체 전력 소모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14%이고, 메모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잡기 위해 투입되는 팬에서 4%를 소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4F스퀘어 구조의 D램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D램의 구조는 6F스퀘어(비트라인 3칸, 워드라인 2칸)이다. 유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6F스퀘어보다 작으면서도 수직 형태인 4F스퀘어 구조로 D램의 집적도 및 성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에는 유의미한 샘플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유 부사장은 이를 기반으로 한 3D D램 개발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 부사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도 4F스퀘어 구조 D램을 개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3D D램을 넘어가는 로드맵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3D D램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D램 1개의 데이터 처리 용량을 지금보다 최대 3배 이상 늘린 제품이다. AI 연산 처리에 필요한 메모리 성능이 높아지며, 기존 2D 구조와 비교할 때 데이터 처리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3D D램이 차세대 D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이를 개발 중이다.
그는 D램의 구조 변경뿐만 아니라 새로운 패키징 기술을 도입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사장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3D D램에 하이브리드 본딩과 같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술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도입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을 연결하는 범프 없이 구리를 통해 이를 이어붙이는 방식이다. 범프로 인한 두께를 최소화할 수 있어 HBM 적층 단수가 올라가도 칩 크기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유 부사장은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업계 최고 속도 LPDDR5X도 곧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미디어텍과의 동작 검증이 완료된 만큼 양산도 곧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대만 반도체 설계 기업 미디어텍과 업계 최고 속도인 10.7Gbps(초당 기가비트) LPDDR5X D램의 동작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D램 최선단 공정인 1b(5세대 10나노급) 양산도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삼성전자의 1b D램은 D램의 평균 목표 수율인 80%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그는 “1b D램 양산은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고, 고객사 품질 테스트도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며 “응용처와 고객사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