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 현재의 지출을 메우기 위해선 연간 6000억달러(830조원)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정도의 수익을 내기 위해선 사람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지능을 구현하는 범용 인공지능(AGI)을 개발해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세쿼이아 캐피탈은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는 지난해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며 “빅테크의 투자는 연간 6000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수익은 아무리 높게 봐도 1000억달러 미만”이라고 밝혔다.
세쿼이아 캐피탈이 비용을 분석한 방법은 간단하다. AI 데이터센터에 드는 비용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은 에너지 시설 구축, 건설비, 백업 발전기 등이다. 엔비디아의 GPU 수익 예측치는 올해 1500억달러인데, 이 두 배가 데이터센터 전체 비용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빅테크들이나 클라우드 기업, 스타트업 등 최종 사용자의 총 마진을 50%로 맞추면 이 금액을 다시 두 배로 늘려야 한다. 기업들도 인건비나 운영비 등을 메우기 위해 마진을 내야 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AI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올해 최소 6000억달러를 벌어야 손실이 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만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매출 목표가 34억달러(4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직원 전체 회의에서 매출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의 대부분인 약 32억달러가 오픈AI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발생하며,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오픈AI의 최신 모델을 탑재해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2억달러의 매출을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쿼이아 캐피탈은 오픈AI 이외에 나머지 스타트업은 매출 1억달러 달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주요 빅테크들의 AI 매출을 낙관적으로 전망해도 600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구글, MS, 애플, 메타가 각각 AI로 연간 100억달러, 오라클,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X, 테슬라가 각각 50억달러를 창출한다고 가정하면 합계는 700억달러 수준이다. 올해 업계 총 수익은 높게 봐도 1000억달러 정도라는 것이다.
세쿼이아 캐피탈은 “AI 업계가 수익 창출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물리적 인프라와 달리 AI GPU 컴퓨팅은 AMD, 인텔, 구글, 메타, MS는 물론이고 새로운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해 상품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구형 프로세서의 가치를 빠르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기성으로 투자하면 큰 손실을 낼 수 있다.
세쿼이아 캐피탈은 “기업과 스타트업이 아직 수익을 창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여정은 길고 험난할 것”이라며 “업계가 현재 투자는 투기적 성격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혁신과 가치 창출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거품이 꺼져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