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사이버보안 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M&A를 통해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러스트=손민균

◇ 토종 기업들, M&A 통해 포트폴리오 확장

12일 업계에 따르면 파수(150900)는 지난달 운영기술(OT) 보안 기업 파로스네트웍스를 인수했다. OT 보안은 제조, 에너지, 운송 분야 등의 물리적 인프라를 관리하는 OT 시스템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로스네트웍스는 국내 초대형 공장을 포함한 다수의 기업 고객과 구축 사례를 보유했다고 파수는 설명했다.

파수 관계자는 “IoT(사물인터넷)와 IIoT(산업용 사물인터넷), 스마트 팩토리와 산업 자동화, 운영 시스템이 급속도로 고도화하면서 OT 보안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면서 “OT 보안이 파수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파수는 지난 4월 기업용 대규모언어모델(LLM) ‘엘름(Ellm)’을 출시하며 기업용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싹(430690)은 지난달 행정지원 솔루션 기업 인콤정보통신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콤정보통신은 행정지원 서비스 분야에서 28년간 업력을 다져온 기업으로, 개인정보 이미지 보안처리, 고객상담 음성정보 솔루션, 보안전자팩스 등이 주요 제품이다. 한싹은 오는 7월 1일 인콤정보통신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올해 8월 1일 인수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한싹은 이번 M&A를 통해 데이터 보안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싹 관계자는 “두 회사의 기술이 결합된 제품에 AI 기술을 접목한 행정업무 지원시스템과 민원처리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에게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니언스(263860)는 지난 4월 가상사설통신망(VPN) 기업 퓨쳐텍정보통신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제로트러스트 2.0 전략’의 일환이다. 제로트러스트는 “항상 검증하고, 절대 신뢰하지 말라”는 의미의 보안 개념으로, 지니언스는 VPN 기술과 자사 대표 보안 솔루션을 융합·통합해 제로트러스트를 구현할 예정이다.

◇ 글로벌 기업도 사이버보안 업체 M&A 활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팔로알토네트웍스가 IBM의 클라우드 보안 소프트웨어(SW)인 큐레이더를 인수, 보안정보 및 이벤트관리(SEIM) 분야 기능을 확대한다고 보도했다. 큐레이더는 실시간 사이버 위협 분석 기술로, IBM은 기존 고객을 팔로알토의 보안 플랫폼 ‘코텍스 엑시암’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지난 3월에는 시스코가 SIEM 분야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스플렁크를 280억달러(약 38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보안 네트워크 분야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다. 시스코는 지난해에도 보안 플랫폼 업체 ‘오르트(Oort)’, AI 기반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아머블록스’ 등 다수의 기업을 인수한 바 있다.

사이버보안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인 것은 증가하는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회사인 체크포인트에 따르면 올 1분기 조직당 평균 사이버 공격 건수는 전분기 대비 28% 증가했다. 고도화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체 기술 개발보다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과 손잡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보안 외신 시큐리티위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400건 이상의 사이버보안 관련 M&A 거래가 발표됐다. 지난달에도 글로벌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보안 기업 노네임시큐리티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이버보안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 공격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공격에 대항하는 보안 기술도 빠르게 고도화돼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잘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다른 기업과 힘을 합치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