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메타와 협업한 인공지능(AI) 챗봇과 릴스 제작 프로그램을 연내 공개할 계획이다. 최근 앤트로픽,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손잡고 AI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텔레콤, KT와 경쟁을 본격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혜윤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상무)은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AI를 통해 의미 있는 고객 경험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 대표적인 소셜미디어(SNS)인 메타와의 협업을 생각했다”며 “LG유플러스의 자체 AI 모델인 ‘익시’와 메타의 플랫폼을 연결한 서비스를 올해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올 하반기에 익시 공식 인스타그램 메신저에 AI 챗봇을 도입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의 SNS 계정을 방문하면 익시와 대화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LG유플러스는 또 AI를 활용한 세로형 릴스(Reels, 숏폼 영상) 제작도 메타와 최초로 시도한다. 기존 TV 소재로 제작된 영상을 디지털 플랫폼에 맞춰 세로형으로 변경하려면 추가 작업에 따른 편집비와 제작 시간이 소요되지만, 익시는 영상의 키프레임(key frame)을 자동으로 분류해 최적화된 세로형 영상을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최근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도 빅테크와의 협업으로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 오픈AI와 협업해 통신 특화형 언어모델인 ‘텔코 LLM’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KT는 이달 MS와 AI·클라우드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체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 내부에서 강화된 보안 수준 아래 MS의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 상무는 “LG유플러스의 클라우드가 보유한 고도로 정제된 데이터를 통해 AI의 응답 정확도를 높여 타사 서비스와 차별화할 계획”이라며 “추후 구글 ‘제미나이’ 등 다양한 AI 모델과도 협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 AI를 활용해 얻은 마케팅 성과도 공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익시 기반의 고객 분석 모형인 ‘타깃 인사이트(Target Insight)’를 자체 개발했다. 몇 번의 클릭으로 고객에 대한 분석 결과와 서비스별 타깃 고객 등 리포트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정 상무는 “기존에는 대상 설정부터 데이터 취합, 학습, 리포트 제작, 결과 해석까지 5개 단계에 걸쳐 고객을 분석하는데 최대 3개월이 걸렸다”며 “데이터 취합부터 리포트 제작까지의 단계에 AI를 적용해 분석을 자동화하고 정확도를 높였고, 이를 통해 분석 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2일로 줄이면서도 타깃팅 성과는 최대 5배까지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타깃 인사이트 솔루션을 통해 선별한 고객에게 문자나 애플리케이션(앱) 푸시 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도 AI를 적용했다. LG유플러스는 수년간 고객에게 발송한 14만개 메시지 중 긍정적 감정을 전달한 6500여개 메시지를 추출하고, 이를 익시에 학습시켜 고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AI 카피라이터를 개발했다. 지난 3개월간 AI 카피라이터를 시범 운영한 결과, 메시지 제작 시간이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었으며 메시지의 링크 클릭율 등 고객 반응은 140% 늘었다고 LG유플러스는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AI를 활용한 3D(차원) 기술과 AI 생성 기법만으로 TV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제작 비용과 기간을 각각 40%, 70% 절감했다.
LG유플러스는 다양한 AI 마케팅 서비스 개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로 시도한 AI 월페이퍼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프롬프트(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면, 해당 컨셉트에 맞춰 AI가 즉석으로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스마트폰 배경화면 이미지를 제작해 자동으로 변경해 주는 서비스다.
정 상무는 “고객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AI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고객 성장을 돕는 첫 단계로 보고 있다”며 “AI로 듣고, 상상하고, 실현하는 AX(인공지능 전환) 마케팅 시대를 열고, AI 분석력과 상상력에 기반해 초개인화되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