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를 개발하는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최근 글로벌 주요 언론 기업과의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고도화를 위해선 AI를 학습시킬 고품질 데이터가 필요한데, 정보 출처가 명확하고 신뢰성이 보장된 뉴스 콘텐츠만큼 확실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뉴스코프는 미국 유력지 WSJ를 포함해 뉴욕포스트, 미국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 영국 일간 더타임스, 호주 유로 방송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입니다.
이번 계약으로 오픈AI는 뉴스코프의 뉴스 간행물의 콘텐츠를 사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AI를 교육할 수 있게 됐습니다. 뉴스코프는 발행된 콘텐츠 뿐 아니라 기자들의 전문 지식도 오픈AI와 공유할 계획입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오픈AI는 5년간 2억5000만달러(약 3426억원) 이상을 뉴스코프에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수 언론사들을 거드린 뉴스코프를 찾는 건 오픈AI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에는 구글이 뉴스코프와 AI 콘텐츠 이용 및 제품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구글은 뉴스코프 측에 AI 관련 콘텐츠 개발 명목으로 연간 최대 600만달러(약 82억원)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빅테크와 언론사들의 협업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오픈AI는 앞서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와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모회사인 독일 악셀스프링거를 포함해 AP통신, 프랑스 르몽드, 스페인 프리사 미디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빅테크들이 연이어 언론사에 손을 내민 것은 AI 학습에 사용되는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I 회사가 뉴스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뉴스를 활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구글이 AI 학습에 자국 언론사들의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2억5000만유로(약 36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구글은 AI 훈련 데이터와 관련해 벌금을 부과 받은 최초의 기업이 됐습니다. 이외에도 영국, 캐나다, 독일, 호주 정부와 미국의 일부 주 정부도 빅테크가 뉴스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AI 개발사와 언론사 간의 뉴스 저작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해 말 “네이버의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가 언론사 동의 없이 뉴스 콘텐츠를 학습한 것이 부당하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뉴스 콘텐츠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지난 3월에는 6개 언론 단체가 ‘AI 시대 뉴스 저작권 포럼’을 발족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관련 법안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AI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딥페이크를 통한 가짜뉴스와 디지털 격차 등 AI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디지털은 국경을 넘어 초연결성을 지닌 만큼 글로벌 차원의 디지털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AI 저작권 대책을 만들기 위해 법조계, 산업기술계 등으로 구성된 ‘AI-저작권 워킹그룹’을 연말까지 운영해 AI 학습에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AI 학습데이터 목록 공개’ 등의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AI 기업과 언론 간의 협업이 한국에서도 통할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