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간판 위에 통신 3사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3월 번호이동 고객에게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전환지원금’ 제도를 시행했지만, 지난달 번호이동 건수는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지원금은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간 번호이동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유입하는 번호이동이 크게 줄어 오히려 통신 3사의 시장 독과점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을 한 전체 가입자 수는 50만975명으로 집계됐다. 전월(52만4762명) 대비 4.5% 감소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56만63명)과 비교하면 10.6%나 줄었다.

이는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겨가는 가입자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겨가는 가입자 수는 7만4822명으로 전월(9만6771개) 대비 22.7% 급감했다. 전환지원금 시행 이전인 올해 1월(12만332개)과 비교하면 37.8%나 줄었다.

통신 3사 간 번호이동은 소폭 늘었지만 시장에 변화를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통신 3사 간 번호이동 건수를 살펴보면,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가입자 수가 8만9610명으로 전월 대비 3.4% 늘었다. 같은 기간 KT로 유입된 가입자 수는 6만4717명으로 지난달 대비 3.9% 증가했다. LG유플러스로 유입된 가입자 수도 7만66명으로 5.9% 늘었다. 지난 2월 기준 SK텔레콤은 3177만7830개, KT는 1773만2784개, LG유플러스는 1915만2178개의 가입 회선 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0~2000명 수준의 번호 이동 수 변화로는 3사 간 순위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 가입자들은 현재 지급되는 30만원 수준의 전환지원금으로는 위약금을 감수하면서 굳이 번호이동을 할 이유가 없다”며 “최근 통신 3사가 3만원대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나 중간요금제 등을 내놓은 데다 전환지원금까지 제도화되자, 알뜰폰 이용자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동통신사(MNO)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알뜰폰을 둘러싼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KTOA는 기존 통신 3사에만 부과하던 ‘90일 이내 번호이동 시 수수료’를 이달부터 알뜰폰에도 건당 2800원씩 부과할 방침이다. 이로 인해 알뜰폰의 수익성이 감소하면,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기가 어려워진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원장은 “통신 3사가 막대한 재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혜택을 내놓는 상황에서, 전환지원금까지 보장되면 알뜰폰을 쓸 이유가 사라진다”며 “실질적으로 시장 독과점을 막았던 역할을 한 게 알뜰폰인데, 전환지원금 제도로 알뜰폰 업체가 힘을 잃으면 시장 내 경쟁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