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헬스케어 기능이 적용된 무선 이어폰 제품으로 경쟁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버즈 3에 심박수 측정 기능을 집어넣을 것으로 예상되며, 애플은 올 연말 공개가 유력한 에어팟 4세대에 보청기·청력 측정 기능 등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와 IT 매체 테크레이더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갤럭시 언팩에 맞춰 헬스케어 기능이 적용된 갤럭시 버즈 3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갤럭시 링을 출시하면서 헬스케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갤럭시 버즈에 탑재된 적이 없는 심박수 확인 기능이 처음으로 버즈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를 통해 갤럭시 버즈에 생체인식 센서를 탑재한 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버즈를 착용할 때 귓구멍 내부 벽에 밀착되는 커널형 이어폰(귀에 삽입하는 형태) 끝부분에 센서를 넣은 게 특징이다. 귀 안쪽 피부와 밀착된 센서가 이용자의 심박수나 혈중 산소포화도, 혈압, 혈당, 스트레스 등 건강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에어팟 4세대를 올해 말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팟 4세대 프로 모델에는 H3 프로세서를 활용한 청력 측정 기능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청력 수준을 확인한 뒤 이에 맞춰 음악과 소리를 자동으로 증폭시켜준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 운영체제(OS)인 iOS 18을 통해 에어팟 프로에 ‘보청기 모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이 2021년 출시한 에어팟 3세대에서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들리게 해주는 ‘대화 부스트’를 개선한 것이다.
애플은 2018년 iOS 12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 마이크에 잡히는 소리를 증폭시켜 에어팟에 전달하는 ‘라이브 리슨’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2년부터 처방전 없이 보청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애플은 내부적으로 청력 보조 기능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헬스케어 기능이 적용된 이어폰을 출시하는 것은 글로벌 오디오 기기 침체를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지난해 3분기 세계 개인용 오디오 장치(이어폰, 헤드폰 등) 출하량이 2022년 3분기 대비 3% 감소한 1억1000만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기업들이 중저가 이어폰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차별화를 위해 헬스케어 기능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무선 이어폰 비중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이어폰이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중 가장 대중적인 제품이고, 이용자의 건강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으며 사업 확장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