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뉴스1

삼성전자가 샘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의 반도체 ‘드림팀’에 합류, 인공지능(AI)용 메모리 반도체와 최선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 공급 등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 등의 반도체 기업들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여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3일 오픈AI와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필두로 오픈AI가 이끄는 AI 반도체 연합에 주요 기업들이 합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2강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 역시 AI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오픈AI 진영에 합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현재 생성형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 등에 공급하고 있다. 초고속 D램을 실리콘관통전극(TSV) 방식으로 여러 개를 쌓아 제조하는 HBM은 초고속 데이터처리에 특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짝을 이뤄 최첨단 생성형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기를 밝힐 수는 없지만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연합이 조만간 출범할 것이고 삼성전자가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팹리스, 제조업체,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뭉쳐 AI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대만 TSMC와 함께 최선단 반도체 제조공정을 이끄는 선도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기업 중 3나노 공정을 안정화해 양산 가능한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완성된 칩의 성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어드밴스드 패키징(Advanced Packaging·첨단패키징)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의 경쟁사이자 엔비디아의 GPU 물량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TSMC 역시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TSMC의 생산능력으로는 추가적인 대규모 수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TSMC의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AI 반도체 업계 곳곳에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反)엔비디아 전선을 구축하며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해 6월과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방문은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AI 반도체 동맹’ 구축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난 1월 방문 때에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삼성과 SK 최고 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한 바 있다.

한편 오픈AI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130조원 이상을 투자, 초대형 슈퍼컴퓨터를 갖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비용의 100배가 넘는 규모로, AI 반도체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사는 5단계에 걸쳐 슈퍼컴퓨터급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세웠고, 스타게이트는 마지막 퍼즐인 5단계 구축 계획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3단계로 중간단계에 와 있으며 4·5단계의 막대한 자금에는 상당 부분이 AI 칩 구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전용 칩 수백만 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올트먼 CEO가 지난 1월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협력 논의를 한 것도 스타게이트라는 역대급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