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미래가 먼저다(Future First)’를 주제로 개막했다. 올해 MWC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샤오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신기술·신제품을 전시한다. 국내 통신 3사도 AI(인공지능), UAM(도심항공교통) 등 다양한 기술을 공개하고 협력사들과 신사업 방향을 모색한다.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올해 MWC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2400여개 기업이 참석하며, 방문객은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방문객 수가 회복된 것으로 파악됐다.
◇ 韓·中 AI폰·웨어러블 격전
올해 MWC에서는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경쟁 구도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 사업부는 첫 AI폰인 갤럭시S24를 전시한다. 삼성전자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를 쓸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를 갤럭시S24에 적용, 실시간 통화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화면에 원을 그리면 AI가 자동으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서클투서치(Circle to Search)’ 기능과 인터넷 페이지를 원하는 언어로 번역·요약해 주는 기능도 탑재됐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전시장 맞은편에 최대 규모(9000㎡·약 2722평)로 부스를 차렸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메이트60을 전시한다. 메이트60에는 세계 최초로 위성통화 기능이 적용됐다. 위성통신이 적용되면 기지국이 없는 섬이나 사막 지역 등에서도 전화나 문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출시된 갤럭시 시리즈에 위성통신 기능을 적용하지 않았다. 메이트60에는 ‘링시 AI 알고리즘’ 기능이 적용돼 고속철도,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폐쇄된 공간에서도 사용자의 말을 정확하게 인식해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아너는 MWC 개막 하루 전인 25일(현지시각) 최신 스마트폰인 ‘매직6 프로’를 공개했다. 6.8인치 크기에 1800니트(nit) 밝기를 지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과 1TB(테라바이트) 저장공간이 탑재됐다. 메타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인 라마2가 적용돼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지원한다. 샤오미는 같은날 스마트폰 신제품 ‘샤오미 14′를 유럽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샤오미 14는 생성형 AI가 적용돼 실시간 통역 기능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한·중 기업 간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신제품 전시 경쟁도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진행된 갤럭시S24 언팩(출시) 행사에서 최초로 공개한 스마트 반지 ‘갤럭시 링’의 실물을 MWC에 전시한다.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갤럭시 링은 반지 형태로 수면 중에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고, 반지 안쪽 면이 손가락을 감싸 세밀한 건강 상태 측정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공개한 스마트워치 신제품인 ‘워치 GT 4′를 공개한다. 심박 수 모니터링 기술과 향상된 수면 패턴 뿐만 아니라 수면 시 호흡까지 분석하는 등 다양한 건강 관련 기능이 적용돼 있다.
◇ 韓 통신사도 ‘AI 전쟁’… 맞춤형 광고부터 UAM 비행 기술까지
올해 MWC에서는 ‘탈통신’을 선언한 국내 통신사들의 AI 기술 경쟁도 활발하다. SK텔레콤은 통신사 맞춤형 거대언어모델(LLM)인 ‘텔코 LLM’을 적용한 챗봇, 스팸·스미싱 필터링 시스템과 AICC(인공지능콜센터) 기술을 전시한다.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방식으로 꼽히는 ‘액체냉각’ 기술과 사피온이 만든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보안 기술 등도 방문객에게 선보인다. 에어 택시 제조업체 조비에비에이션과 협력해 AI 기반 UAM 가상 비행 체험도 진행한다.
KT는 항공망에 특화된 UAM 기술과 LLM이 광고 문맥을 분석해 최적의 광고를 만들어 주는 ‘AI 문맥 맞춤 광고 서비스’를 내세운다. AI를 통해 UAM이 최적의 경로를 택할 수 있게 돕는 기술과 공유 킥보드·전기차 충전기나 택시에 부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블랙박스 기술도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MWC에서 전시장을 운영하진 않지만 별도 미팅룸에서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다양한 협력사들과 사업 방향을 논의한다.
◇ 화웨이·노키아·에릭슨·ZTE, AI 기술 홍보 격전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ZTE 등 주요 글로벌 통신장비사도 AI 기술을 앞세운 전시 경쟁에 나선다. 현재 주춤한 통신장비 시장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시도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지국 장비 점유율은 2018년 대비 적게는 1%P(포인트)에서 많게는 4%P까지 감소했다.
에릭슨은 폐기물 관리 업체인 ‘스마트소트 테크놀로지스’와 협력한 AI 기반 재활용 기술을 전시한다. 경기장이나 사무실, 각종 공공장소에 있는 쓰레기통에 적용된 수집한 폐기물의 재활용 경로를 추적하고 재활용 순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노키아는 산업 현장에 사용할 수 있는 AI 음성 비서 서비스 ‘MX 워크메이트’를 공개한다. MX 워크메이트는 공장에서 생산 설비에 결함이 발생하면 이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갖췄다. 화웨이도 AI를 기반으로 저장 속도와 보안성을 높인 데이터센터 기술과 클라우드 기술,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위한 프로그램을 전시한다. ZTE는 5G(5세대 이동통신) 환경에서 AI가 용량이 큰 작업물을 인식해 컴퓨팅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원거리통신망(RAN) 기술을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업계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등의 1차원적 성능 경쟁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보면 된다”며 “이제는 AI 등으로 차별화된 신기술이 통신 업계의 화두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