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 등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이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Open Radio Access Network) 관련 기술과 장비를 선보인다.
오픈랜은 기지국, 안테나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서로 다른 제조업체 장비간 상호 연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기존에 통신망을 깔기 위해서는 기지국과 소프트웨어를 같은 장비 업체가 만든 걸 사용해야 했다.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는 화웨이가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오픈랜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에릭슨은 올해 MWC에서 오픈랜과 5G(5세대 이동통신) 중거리 주파수 사용을 지원하는 기지국 ‘에어 3255′를 전시할 계획이다. 새롭게 개발한 금속 장비를 내부에 탑재해 5G 6㎓(기가헤르츠) 미만에서 자유롭게 주파수 대역 조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 제품보다 에너지 효율을 25% 높였고 탄소 배출량을 20% 줄인 것이 장점이다. 에릭슨은 지난해 미국 통신사인 AT&T와 140억달러(약 18조6536억원) 규모의 오픈랜 네트워크 구축 계약을 맺는 등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통신사 보다폰과 함께 구축한 오픈랜 기술을 전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달 보다폰과 오픈랜 기술을 활용한 통신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오픈랜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1Gbps(초당 기가비트)까지 높였다. AMD의 플랫폼을 활용해 오픈랜 소프트웨어 성능을 개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해당 기술을 활용해 루마니아 전역 20개 도시에 오픈랜을 활용한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노키아는 ‘애니랜’이라는 클라우드 특화형 오픈랜 기술을 MWC 2024에서 공개한다. 애니랜 기술은 하드웨어 규격을 따지지 않고 어떤 서버 환경에서도 오픈랜을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AMD, AWS, Arm 등 다양한 기업이 구성한 서버 환경에서 제약 없이 오픈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 점유율은 31.6%(2022년 기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에릭슨과 노키아가 각각 25.3%, 17.5%의 점유율로 화웨이를 뒤쫓고 있다. 4위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12.3%), 5위는 삼성전자(7.5%)다.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통신사들이 특정 공급사에 묶이지 않고 다양한 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오픈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