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올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지식재산(IP) 확장, 사업모델(BM)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과를 거두면서 지난해 네이버웹툰은 2017년 네이버에서 분사된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 美 법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본사로… 글로벌 총괄

23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미국 나스닥 입성을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상장 시기는 이르면 올해 6월이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가 30억∼40억달러(약 4조65억∼5조3420억원)로 추산되며,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5억달러를 조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2020년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글로벌 웹툰 사업 총괄 본사로 삼고, 국내 웹툰 사업을 운영하는 네이버웹툰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일본에서 라인망가를 운영하는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의 지분 70%를 확보했다.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의 지분 30%는 네이버웹툰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사실상 완전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까지 총괄하는 구조를 만들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웹툰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의 시장점유율은 70.5%로 1위다.

웹툰 기업의 상장은 국내에선 처음이며 해외에서도 사례가 많지 않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웹툰엔터테인먼트와 가장 사업영역이 유사한 곳은 중국 텐센트 계열사인 웨원그룹이다. 웨원그룹은 중국 최대 웹툰·웹소설 기업으로 QQ웨두(QQ阅读), 치뎬중원왕(起点中文网), 창스중원왕(创世中文网) 등 중국 대형 웹소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웨원그룹의 시가총액은 현재 환율 기준으로 4조원 수준이다. 2017년 홍콩 증시 상장 초기 시가총액이 15조원에 달했지만 현재 약 72% 하락했다. 2021년 이후 성장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웨원그룹의 주가매출비율(PSR) 등을 기반으로 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매출 추정치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적정 기업가치는 약 4조8000억원~5조1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다만 웨원그룹은 웹툰·웹소설 플랫폼 매출과 IP 비즈니스가 2021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매력도가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 현지 웹툰 생태계 직접 키워나가는 전략

나스닥에 안착하려면 기업 규모, 사업 성과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매출액과 거래액 등 유의미한 수익성 지표가 중요하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제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네이버의 2023년 연간 실적발표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흑자전환했다. 이자, 세금 등을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냈다는 뜻이다. 2017년 5월 네이버에서 분사된 네이버웹툰이 연간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글로벌 웹툰 거래액(순수 콘텐츠 거래액)은 약 1조7857억원, 매출은 1조5031억원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달 초 2023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속적인 리소스 효율화, 크로스보더 콘텐츠 확대, 신규 BM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2021년 왓패드(미국), 2022년 이북이니셔티브재팬(일본) 등을 잇따라 인수한 것은 현지 시장에 적합한 감성을 지닌 웹툰을 직접 유통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현지 작가를 발굴해 웹툰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 같은 사업 전략으로 해외에서 발굴된 웹툰 IP를 활용해 영상물을 제작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신규 BM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수년 전부터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광고에 참여하면 무료로 쿠키를 지급하는 보상형 광고 상품 ‘쿠키오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먼저 시작한 보상형 광고를 최근 전 세계로 확대하면서 광고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몰아보기’ 기능도 도입했다. 1000원가량으로 특정 작품을 1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네이버웹툰의 성장은 상장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호윤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웹툰 사업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미국 시장은 아직 침투율이 낮아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IPO(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유저 저변 확대 및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가능한 IP 발굴 등 장기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장기간 네이버웹툰에 자금 수혈을 해줬던 만큼 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