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텐스토렌트 제공

’CPU(중앙처리장치) 설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7조달러(약 9300조원) 인공지능(AI) 칩 생산 프로젝트를 두고 “난 1조달러 미만으로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업계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AI 칩 생산 공급망 확보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겠다는 올트먼의 야심찬 계획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켈러 CEO는 17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에서 올트먼 CEO가 올린 “제길, 8(조달러)은 어때”라는 글을 인용하며 이처럼 말했다. 자체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7조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선 올트먼이 펀딩 금액을 8조달러로 늘리는 것을 언급하자, 켈러 CEO는 그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자체 AI 칩을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켈러 CEO는 이어 댓글에서 “마진 축적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며 “여기엔 2~3개의 층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급망의 각 참여자로부터 더해지는 비용이나 이윤 차이를 줄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다음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와 일치하도록 칩을 훨씬 더 빠르게 만들어라”라며 “이건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다”라고 했다.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7조달러 규모 AI 칩 생산 계획에 대해 "난 1조달러 미만으로도 할 수 있다"고 했다./X(옛 트위터) 캡처

켈러 CEO가 이끄는 텐스토렌트는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AI 칩렛을 설계하고 개발한다. 칩렛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반도체로,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이용된다. 전 세계 기업의 투자를 받은 텐스토렌트의 시장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켈러 CEO는 지난해 6월 “세계적인 성능 수준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드는 비용을 줄여 업계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올트먼의 계획에 반박한 켈러의 주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황 CEO는 지난 12일 반도체 성능이 개선되면서 AI에 투자하는 비용이 예상보다 적게 들 것이라고 대응했다. 황 CEO는 “(AI 구동을 위해) 더 많은 컴퓨터를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가정해선 안 된다”며 “컴퓨터가 더 빨라지기 때문에 (AI에 필요한 컴퓨터) 총량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가정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제조하는 칩 산업 덕분에 AI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자신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손 회장은 코드명 ‘이자나기(Izanagi)’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1000억달러(약 133조53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17일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올트먼의 계획과 별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프트뱅크가 이 프로젝트에 300억달러를 넣고 중동지역에서 700억달러를 투자받는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보완하면서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는 AI 반도체 기업을 세우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