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MR(혼합현실) 헤드셋인 ‘비전 프로’의 전면 유리가 긁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스 경도(광석의 단단함을 비교하는 기준)를 기준으로 일반적인 스마트폰 전면 유리보다 3배 이상 약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교체를 위한 수리비도 100만원에 육박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9일 나인투파이브맥 등 외신은 IT 유튜버 제리릭에브리싱(JerryRigEverything)의 실험 결과를 인용, 모스 경도를 기반으로 한 비전 프로의 전면 디스플레이 강도가 10단계 중 2단계라고 밝혔다. 모스 경도 단계는 10에 가까울수록 내구성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스 경도 2단계는 손톱(경도 2.5)이나 쌓이는 먼지 등으로도 영구적인 훼손을 입을 수 있는 수준이다. 실험은 모스 경도 측정용 연필형 도구를 1~10단계별로 비전 프로 전면에 가져다 대 긁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비전 프로의 전면은 모스 경도 3단계인 도구로 실험했을 때부터 훼손이 되기 시작했다. 이는 일반 스마트폰의 전면 디스플레이 경도보다 훨씬 약한 수준이라고 제리릭에브리싱은 전했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디스플레이는 모스 경도 6단계로, 일반적인 칼로는 상처를 내기가 어렵다.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4 울트라의 경우 전면에 코닝 ‘고릴라 아머’ 유리를 적용해 경도가 7단계까지 높아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화면의 유리가 긁히면 빛이 번지는 등 광학적 특성이 바뀌기에 강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비전 프로의 전면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이 표면을 덮고 있어 파손에 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등에 적용되는 접합 유리는 플라스틱이 중간 층에 위치해 훼손에 대한 저항력이 높고 깨지더라도 조각이 날 확률이 적다. 비전프로의 전면 디스플레이는 교체 비용도 비싼 편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의 전면 디스플레이 교체 비용을 799달러(약 106만1471원)로 책정했다. 30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2년간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애플케어 플러스’에 가입한다고 해도 299달러(약 39만7072원)를 지불해야 한다.
MR 헤드셋은 전면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외부를 보며 사용하는 방식인 만큼, 전면 유리가 긁힐 경우 이용자의 몰입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전 프로는 패스스루(투시) 기능을 통해 움직이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착용하고 이동할 때 벽에 부딪혀 흠집이 날 가능성이 높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카메라를 통해 외부 상황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비전 프로 특성 상 카메라를 덮고 있는 전면 유리에 흠집이 나면, 이용자가 보고 있는 화면에서도 흠집이 보일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비전 프로 후속작에는 내구성이 강화된 유리를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은 세계 디스플레이 유리 시장 1위 기업인 코닝에 2017년부터 투자하며 모바일 기기용 강화 유리를 공급받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5의 화면에는 183㎝ 이상 높이에서의 낙하 충돌을 견딜 수 있는 코닝의 ‘세라믹 실드’가 적용됐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스마트폰도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제조업체들도 외부 충격에 강한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애플이 비전 프로의 흥행 여부를 파악한 뒤 원가가 소폭 오르더라도 강화된 유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