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 X5./화웨이 웹사이트 캡처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업체 BOE가 중소형 OLED 세계 1위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작년 4분기 폴더블(접히는) 패널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5·Z 폴드5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한 이후 매 분기 전 세계 업체 중 가장 많은 폴더블 패널을 조달해 왔으나, 작년 4분기 화웨이에 처음으로 선두 자리를 내줬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패널 출하량은 290만대에 그친 반면 BOE의 폴더블 패널 출하량은 305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는 지난해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패널 출하량 점유율이 36%로, 2021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전 분기 점유율(76%)에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는 작년 8월 출시한 삼성 갤럭시 폴더블 Z 5시리즈의 수요가 낮아, 작년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패널 출하량이 전 분기보다 80% 줄어든 영향이다.

BOE는 화웨이를 비롯해 아너,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폴더블폰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작년 4분기 폴더블 패널 출하량을 전 분기보다 68% 늘렸다. BOE의 점유율은 전 분기 16%에서 작년 4분기 42%로 껑충 뛰어올라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폴더블폰을 포함해 구글 픽셀 폴드, 비보 X 폴드2, 오포 파인드 N3, 샤오미 MOX 폴드3에 폴더블 패널을 공급했으나, 중국 세트(완제품)업체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BOE와 비전옥스, CSOT 등 자국산 패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 1분기엔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3위 디스플레이 업체 비전옥스가 BOE 폴더블 패널 물량을 다시 추월할 전망이다. 비전옥스는 폴더블 패널 가격을 내려 화웨이로부터 BOE의 점유율을 일부 가져오고, 폴더블폰 신규 진입업체 중국 ZTE에 패널을 공급해 출하량을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패널 가격 싸움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BOE 등 중국 패널업체에 불리한 만큼,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도 폴더블 패널도 등급을 다양화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 가려 할 것”이라며 “미국 제재를 받는 화웨이엔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할 수 없으므로, 폴더블폰 공급 업체가 늘어나 이들을 탄탄한 고객사로 확보하는 게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의 폴더블 패널 조달량은 작년 4분기 처음으로 화웨이에 밀린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뒤처지고 있다. 올 1~2월 폴더블 패널 조달량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9%, 화웨이가 4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작년 9월 출시한 화웨이의 폴더블폰 메이트 X5 수요가 여전히 높은 데다 화웨이가 차기 폴더블폰 출시를 준비하면서 많은 양의 패널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로스 영 DSCC 연구원은 “Z 플립 시리즈는 한국과 아시아에서는 잘 팔렸지만, 다른 지역에선 판매가 부진했다”며 “Z 플립5의 재고 문제가 심각해 삼성은 올해 말 플립5 패널의 과잉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의 클램셸(스마트폰을 위아래로 접는 방식) 폴더블폰을 출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