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타이틀을 내줬다. MS, 구글 등 다른 빅테크 기업과 비교해 뒤처진 AI 기술 경쟁력을 따라잡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다음 달 출시할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통해 시총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생성형 AI 흐름 놓친 애플… AI 조직 구조조정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AI 조직을 해체하기로 했다. 121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애플 운영체제 iOS에 탑재된 AI 비서 ‘시리’를 개선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오는 4월 26일자로 해고되지만, 일부는 텍사스주 오스틴 캠퍼스에 있는 AI 조직에 배치될 예정이다.
애플이 각지에 흩어진 AI 조직을 통폐합해 생성형 AI 개발 역량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애플 측은 “관련 팀 대부분을 오스틴 캠퍼스로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애플은 AI 도입에 가장 소극적인 빅테크 기업으로 생성형 AI 분야에서 MS, 구글, 메타 등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MS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협업하면서 생성형 AI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GPT를 기반으로 AI 챗봇 ‘코파일럿’을 개발해 윈도, 사무용 소프트웨어 등 자사 제품에 탑재했다.
MS는 이에 힘입어 지난 12일(현지시각) 약 2년 만에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으로 등극했다. MS는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61.3% 오른 반면 애플의 상승률은 39.1%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7일(현지시각) 뉴스레터를 통해 “애플은 AI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며 “이는 소비자 기술 부문의 최고 혁신자로 자처하는 애플에 주요한 위험”이라고 분석했다.
◇ 애플, MR 헤드셋 ‘비전 프로’에 희망
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만큼 당분간 대형 호재가 없다. 아이폰16은 애플의 첫 생성형 AI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애플은 미국에서 다음 달 2일(현지시각) 출시 예정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지난 2014년 애플워치 이후 사실상 처음 내놓은 새로운 유형의 신제품이다.
컴퓨터의 기능을 아이폰에 담은 것처럼 아이폰의 기능을 비전 프로라는 헤드셋을 통해 구현한다는 목표로 개발됐다. 개발 기간만 7년 넘게 소요됐으며 1000여명의 개발자가 투입됐다.
비전 프로는 iOS 등과 호환되는 ‘비전 OS’를 기반으로 구동되며 양쪽 눈에 4K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각각 탑재해 눈의 피로를 낮췄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또 기존 iOS 100만개 앱을 비전 프로에서 실행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비전 프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소비자 전자기기 중 가장 진보된 제품”이라며 “혁신적이고 마법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우리가 연결하고 창조하고 검색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판매가격은 당초 예고한 대로 256GB(기가바이트) 저장 용량 기준 3499달러(약 462만원)로 책정됐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비전 프로가 조기 품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라몬 라마스 시장조사업체 IDC 리서치 디렉터는 “애플 비전 프로는 시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기존 XR(확장현실) 헤드셋 기업들이 다른 방식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비전 프로가 적은 초도 물량과 킬러 콘텐츠 부족 등으로 흥행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비전 프로의 올해 출하량을 약 50만대 수준으로 추산했다.
궈밍치 연구원은 “애플은 출시일에 맞춰 비전 프로 6만~8만대를 양산할 계획이며 출시 직후 곧 품절될 것”이라며 “초기 열풍이 잦아든 뒤에도 수요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