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4′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현지시각) 막을 올렸다. CES는 세계 각국의 혁신 기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최첨단 기술의 경연장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전시관을 꾸려 해마다 구름 인파가 몰리는 한국, 중국, 일본 전자 대기업들의 경쟁 구도가 행사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 중국은 TCL과 하이센스가 대표 주자 격이다.
◇ 삼성·LG전자, 더 ‘실용적인 AI’ 가전에 초점
인공지능(AI)과 초연결에 기반한 TV, 가전제품은 지난 수년간 삼성전자, LG전자가 내세워 온 모토다. 이번 행사에서는 더 실용적인 제품군을 내세워 소비자들이 인공지능(AI) 기능을 체험하고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전시 부스를 꾸렸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냉장고부터 새탁건조기, TV 등 다양한 가전에 진화된 AI 기반 혁신 기능을 적용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열린 ‘IFA 2023′에서 올해 출시되는 모든 가전제품에 AI 칩을 탑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2016년 업계 처음으로 내놓은 사물인터넷(IoT) 냉장고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의 강화된 AI 기능을 강조한다. 이 냉장고는 식재료를 넣은 날짜가 자동 기록되고 설정한 보관 기한 동안 음식을 빼지 않으면 알림을 보낸다. 내부 카메라가 식재료의 출입 상황을 촬영하면 AI가 식재료 리스트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1대로 합쳐진 ‘비스포크 AI 콤보’는 AI가 세탁물 무게와 옷감 재질, 오염도를 측정한다. 건습식 겸용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콤보’도 AI 사물 인식과 주행 성능을 개선했다. 이 로봇청소기는 1㎝ 높이의 장애물도 인식해 피해 가고, 바닥 종류를 감지해 최적의 청소 모드를 찾는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강화된 AI 성능을 갖춘 갤럭시 북4 시리즈를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삼성전자 주력 TV ‘Neo(네오) QLED 8K’엔 역대 삼성 TV 프로세서 중 성능이 가장 좋은 AI 프로세서를 넣었다. 저화질 콘텐츠를 8K 화질로 선명하게 바꿔주는가 하면, 영상 내 여러 소리 중 음성만 분리해 대화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한다. 삼성전자는 ‘투명 마이크로 LED’ TV도 공개했으나, 상용화 목적보다는 기술을 소개하는 수준이었다.
OLED TV 선두 주자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세계 첫 투명 무선 OLED TV를 공개했다. LG전자는 그간 CES에서 혁신적인 TV를 자주 공개해 왔다. 앞서 CES 2019에서는 롤러블 OLED TV를, CES 2023에서는 무선 OLED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에 내놓은 투명 무선 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T’는 77형 4K로, AI 성능을 강화한 프로세서를 탑재해 그래픽 성능이 이전보다 70% 향상됐다. 영상을 픽셀 단위로 분석하고 제작자 의도까지 고려해 색을 보정한다. 2채널 음원을 풍성하게 변환하기도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투명 무선 OLED TV를 구현하는 데엔 투명 OLED 기술에 신규 웹OS 등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하다”며 “특히 무선은 4K 144㎐ 고화질 영상을 끊기지 않게 전송하는 통신 기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선 투명 OLED TV는 늦어도 올 하반기 안에 한국에서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또 LG전자는 AI 기술로 만든 미래의 집을 소개한다. 스마트홈은 여러 센서로 집주인의 생활을 데이터화하고, 집주인의 말과 행동, 감정까지도 감지해 필요한 것을 먼저 제안한다. 또 거주자의 건강 상태에 맞춰 집 안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두 바퀴로 움직이는 만능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도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제품에 달린 카메라와 스피커, 모니터링 센서는 집 안 곳곳의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전을 제어한다.
◇ CES에 힘 덜 주는 일본… 소니는 모빌리티에 집중
일본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CES에서 공개하는 가전 신제품 라인업이 부실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니의 경우 지난해 3월 자체 행사를 별도로 열고 TV 신제품과 플레이스테이션 VR2를 공개하는 등 CES에서 더 이상 주목할 만한 가전 신제품을 내놓지 않는 추세다. 올해 CES에서도 소니는 QD(퀀텀닷)-OLED TV 신제품을 공개하는 수준에서 그칠 전망이다. 대신 소니는 이날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와 세운 합작회사 ‘소니 혼다 모빌리티’와 함께 무대에 올라 새로운 모빌리티 제품을 소개한다.
파나소닉은 이번 전시회에서 TV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파나소닉은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의 스트리밍 장치 세트인 ‘파이어 TV’를 파나소닉의 스마트 OLED TV OS에 통합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파이어 TV가 탑재된 첫 OLED TV는 올해 내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파나소닉은 CES에서 가전 신제품보다는 산업용 솔루션이나 프리미엄 주방가전 분야를 강조해왔고, 가전은 주력 제품군에 한해 소수만 공개하는 전통을 따라왔다”며 “이번에도 플래그십 TV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결국 신제품 발표는 자체적으로 하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초대형 TV 라인업에 스마트홈 솔루션 전시… ‘한국 따라잡기’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가전업체 TCL과 하이센스가 중심이 돼 초대형 TV를 전면에 내세운다. CES 2024에 중국 기업은 미국(1148곳) 다음으로 많은 1104곳이 참가했지만,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
TCL은 이번 CES에서 세계 최대 수준인 115인치 QD(퀀텀닷)-미니 LED 4K TV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IFA에서 115인치 TV를 내놓은 이후 CES 2024에서도 이를 소개한 것이다. TCL 역시 TV 신제품 라인업에 AI 프로세서를 사용해 선명도를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TCL은 또 이번 전시에서 스마트 AI 기능을 갖춘 증강현실(AR) 안경,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모바일 장치,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15개 범주에서 새로운 가전제품 100여개를 선보인다. TCL 측은 “신규 가전제품과 함께 이들 제품을 통합하는 최초의 스마트 연결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을 공개한다”고 했다.
하이센스도 110인치 QD-미니 LED 4K TV를 공개했다. LED 제품 가운데 가장 밝은 1만니트(1니트는 촛불 하나 밝기)를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또 하이센스가 자체 개발한 X AI 칩셋이 내장돼 AI 기술을 바탕으로 영상 내용과 장면에 맞춰 화질이 개선되는 기능을 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