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IPTV), 케이블TV(SO) 등에서 방송되는 홈쇼핑의 콘텐츠 수수료 산정을 놓고 유료방송 업계와 홈쇼핑 업계 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홈쇼핑 전체 매출에서 방송의 기여도가 줄어드는 만큼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홈쇼핑 업계와 여전히 방송 의존도가 높다는 유료방송 업계의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콘텐츠 송출 수수료 근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윤재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7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관한 간담회에서 “현재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을 진행할 때 모바일 결제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QR코드를 띄우거나 카카오톡 채널을 공개해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라며 “방송 매출 내에 인터넷과 모바일 매출, 라이브커머스,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매출이 다 더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근거로 “온라인으로 결제된 수익에 대해서도 방송의 기여도가 컸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가 만 20~59세 남녀 3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350건 결제 가운데 110건(31%)은 전화 상담이나 ARS로 나타났다. 나머지 240건(69%)은 모바일 앱, 인터넷 사이트, 카카오톡 채널로 결제가 진행됐다. 방송으로 상품을 접하지만 실제로는 70% 가까이가 온라인으로 옮겨 결제했다는 의미다. 그는 “홈쇼핑 방송 시청 중 인터넷·모바일 결제로 이동하는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라며 “이를 근거로 방송 매출이 전체 매출에 기여한 수준을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유성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료방송 업계와 홈쇼핑 업계 간 정보 비대칭이 송출 수수료 산출을 어렵게 하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홈쇼핑 업체들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송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방송과 온라인 매출을 구분할 기준이 없어 근거로 활용할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유 교수는 “홈쇼핑 업체들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주장하며 송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매출을 포함하면 성장세에 있다”라고 했다.
송출 수수료 산정 기준을 만들어 유료방송과 홈쇼핑 업계가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유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는 송출 수수료를 산정할 때 (중요한 지표인) 수익 구조, 유료방송 사업 매출 증감, 물가 상승률 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이런 기준을 포함한 산정 기준을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강제적 조정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홈쇼핑 업계는 이런 주장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홈쇼핑 업체들의 구매자들의 유입 경로를 일일이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체 한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은 정부 가이드라인 상 공개할 필요가 없는 모바일 매출 데이터까지 유료방송 업계에 공유하고 있다”라며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면 다시 정부에 의견을 제출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라고 했다.
홈쇼핑 협회 입장도 비슷하다. 협회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 매출에 대한 플랫폼별 기여도를 다시 측정해도 방송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단편적인 부분만 고려하면 유료방송 업계와 홈쇼핑 업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