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간의 삶을 바꿔줄 진보된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가 다음 달 9~1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대에서 ‘올 온(ALL ON)’을 주제로 열린다. 이번 CES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CES 주최 기관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지난 20일 전시회 프리뷰 CES 데일리에서 “챗GPT가 등장한지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AI·생성형 AI와 같은 수평적인 기술을 전시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속 가능성과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CTA는 이번에 처음으로 혁신상 부문에 AI 분야를 신설했다.
◇ 인텔·퀄컴·나스닥·로레알 수장 기조연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무대에
전 산업에 적용된 AI 기술이 CES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만큼, 다양한 산업 분야의 리더들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AI를 강조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달 9일 베네시안 팔라조 볼룸에서 ‘모든 곳의 AI(AI Everywhere)’를 주제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AI 기능을 활성화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지 소개한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도 다음 달 10일 ‘온디바이스 AI’를 주제로 발표한다.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회장 겸 CEO는 다음 달 10일 AI 등 첨단 기술로 금융 범죄를 예방하는 사례 등을 공유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 총수 중에선 비(非)가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다음 달 10일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정 부회장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육상 혁신 비전이자 인프라 건설 구상인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을 설명한다. 또 CES 사상 첫 뷰티 산업 기조연설자인 니콜라스 히에로니무스 로레알 CEO가 다음 달 8일 무대에 선다. 그는 ‘지속 가능한 뷰티 테크’의 역할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에반 스피겔 스냅 공동 창업자 겸 CEO와 마이클 카산 미디어링크 CEO는 다음 달 9일 아리아 C스페이스에서 함께 테크와 미디어 관점에서 대중에게 소구력 있는 인기 브랜드를 구축하는 여정에 관해 발표한다. 이외에도 월마트, 지멘스, 베스트바이, 엘레반스 등 글로벌 기업 연사들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한다.
◇ 참가사 17%가 韓 기업…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총출동
CTA에 따르면, 전체 참가업체 3500여곳 중 한국 기업은 600여곳에 달한다. 이는 3년 만에 CES에 다시 참가하는 중국(1100여곳)과 미국(700여곳)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 등 대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도 대거 참여해 AI 역량을 뽐낼 예정이다. CTA 측은 “스타트업 1000여곳이 전시하는 유레카파크에는 미국 다음으로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린다. 개막 전날인 8일엔 ‘모두를 위한 AI : AI 시대의 연결성’을 주제로 프레스 콘퍼런스를 연다. 이 자리에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삼성전자의 AI 전략을 처음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세계 1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필두로 자동차 전장 분야에도 방점을 둔다. 차세대 모빌리티 콘셉트인 ‘알파블’을 실물로 구현한 콘셉트카와 자회사 사이벨럼과 함께 개발한 ‘사이버보안 관리체계(CSMS) 콕핏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과 AI와 혁신 기술 기반의 고객 경험을 소개한다.
전년보다 2배 큰 100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한 LG이노텍은 모빌리티와 AI 관련 혁신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핵심 부품을 탑재한 차량 목업(mock-up·실물모형)을 전시하고, AI 보급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을 소개한다.
SK그룹은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7개 계열사가 기차와 마법 양탄자를 타고 AI 운세를 보는 테마파크 콘셉트의 통합 전시관을 꾸린다. 이곳에선 탄소 감축으로 기후위기가 사라진 ‘넷 제로’(Net Zero) 세상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에도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에 총출동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를 선보인다. CES 2023에 불참했던 현대차와 기아는 현대모비스 슈퍼널, 제로원 등 그룹 주요 계열사와 각각 별도 부스를 꾸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중점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한다. 현대차의 주제는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이며, 슈퍼널은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시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번 CES에 참석할 전망이다. CTA 측은 “처음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함께 등장하는 흥미로운 모습이 기대된다”며 “이동 수단과 모빌리티가 올해 주요 카테고리에 다시 포함돼 200개 이상의 관련 기업이 웨스트홀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해외 기업들도 AI 앞세워… 디지털 헬스도 주목
아마존은 스마트홈과 전자상거래 관련 최신 기술을 공개하고, 구글은 AI 및 가전제품 개발 현황을 전할 예정이다. 샤프는 자체 개발 중인 CE(커뮤니케이션 에지)-LLM(대규모언어모델) AI 기술을 탑재한 가상 도슨트를 부스에 마련한다. 가상 도슨트는 관람객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전시물을 소개할 전망이다.
AI 반도체 시장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이번 CES에서 생성형 AI를 포함한 AI 분야 최신 개발 기술을 공개한다. 레노버, HP, 델, 에이서, 에이수스 등 글로벌 PC 제조사들은 저마다 AI PC나 최신 성능의 게이밍 PC를 선보인다. 이 밖에 전통 가전 분야에서도 AI가 적용된 제품이 대거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CES에서 AI와 더불어 주목받는 분야는 웨어러블 기술, 원격의료 도구, 푸드테크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다. 부정맥 치료 기기인 무연 심박조율기로 CES 2024 최고의 혁신상을 받은 애보트와,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는 웨어러블 기기 ‘에비 링’으로 혁신상을 받은 모바노 헬스 등이 참가한다. 에비 링은 수면 심박수, 산소포화도, 여성의 월경 주기를 포함한 건강 지표를 측정해 준다. 또 스마트 침대 제조사 슬립넘버, 소변 상태 모니터링 장치 ‘U-스캔’으로 주목받은 프랑스의 위딩스 등도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