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올 4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 개화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서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매출 품목인 D램은 양사 모두 4분기에 흑자가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4870억원으로, 1주일 전(3조4765억원) 대비 소폭 조정됐다. SK하이닉스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2944억원 적자로 집계돼, 1주일 전(3353억원 적자) 대비 손실 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D램 3강’으로 꼽히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도 2024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기존 44억달러에서 47억달러로,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1.07달러에서 -1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두 달 연속으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실적 회복세가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내내 하락세를 보였던 D램 가격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D램 3사가 모두 일제히 고강도 감산에 돌입했고, 여기에 시장 수요 회복이 시작되면서 메모리 제조사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55달러로 두 달 전과 비교해 19.2% 상승했다. D램 가격은 지난 10월 2021년 7월 이후 27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뒤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DDR5(16Gb)도 이 기간 14.7% 오른 3.9달러로 상승 추세다.
무엇보다 D램의 주요 공급처인 모바일, PC, 서버 모두 고르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D램 부문 가격 프리미엄은 올 3분기 50~60%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큰 수준을 유지했다. 4분기가 진행되면서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재고 확보로 모바일 D램 솔루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도 “PC 수요 개선과 D램 공급 축소로 PC 제조사의 구매가 크게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공급업체들은 보다 공격적인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인텔의 메테오 레이크(14세대 CPU)가 DDR5만 지원하고 있고 DDR4 대비 DDR5 가격 프리미엄도 29% 수준에 불과해, PC 제조사의 DDR5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HBM 수요가 올해 4분기부터 내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공헌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HBM 시장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한 44억달러(5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시장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D램 사업 실적은 나란히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D램 영업이익이 1조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품 출하량 증가와 ASP(평균판매단가) 개선으로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3분기에 이미 D램 사업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도 큰 폭의 이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의 4분기 D램 영업이익이 1조5620억원으로 전분기 수준을 2배 이상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