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IT 기기에도 채택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 중 하나인 스팀을 운영하는 벨브의 스팀덱에 이어 닌텐도 역시 차세대 OLED 패널 공급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모두 애초 중국 BOE를 공급사로 염두에 뒀으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따른 리스크가 부담스러워 삼성디스플레이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휴대용 게임기 ‘스팀덱’을 양산·판매하고 있는 벨브에 이어 일본 닌텐도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는 기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BOE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소송전에 따른 손해배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중국 BOE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기술은 아이폰12 이후 출시된 전 제품의 OLED 디스플레이 특허 5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장을 통해 BOE가 아이폰12 제품에 사용된 디스플레이와 같은 패널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해 자사의 특허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BOE와 BOE의 자회사 등 8개 회사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BOE를 견제하기 위해 ITC에 회사의 ‘다이아몬트 픽셀’을 침해한 부품·패널을 사용하지 않게 해달라며, 미국 부품 도매 업체 17곳을 ITC에 제소했다.
이에 BOE는 지난 5월 충칭 제1중급인민법원에 삼성디스플레이 중국법인과 삼성전자 중국 법인 등을 상대로 특허침해를 주장하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연이은 소송을 제기하며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소송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고객사들도 중국 BOE를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는 추세다. 특허업계 관계자는 “과거 발광다이오드(LED)나 D램 관련 특허 분쟁과 같이 제소자는 기술 침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며 “이는 특허를 침해한 경쟁사가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에서 얻는 매출, 점유율 효과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소송 전략이 OLED 시장이 본격적인 확산세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낮은 생산단가의 이점이 있는 BOE를 선택하려는 신규 고객사들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져가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전이 진행됨에 따라 특허 침해의 대상이 되는 BOE의 패널은 시장에서 기피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IT용 OLED 기술과 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전 세계 IT용 OLED 출하량이 올해 790만대에서 2027년 3130만대로, 연평균 4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