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4나노미터(nm·10억분의 1)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이 올해 성능·수율 측면에서 개선을 이뤄내며 잇달아 고객사를 유치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4나노 공정 수율이 70%선을 넘은 삼성전자는 현재 경쟁사인 TSMC와 비슷한 수준의 공정 완성도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AMD는 코드명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로 알려진 ‘젠(Zen)5c’ 서버용 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4나노 공정과 TSMC의 3나노 공정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AMD는 그동안 주로 TSMC를 메인 파운드리 회사로 이용해왔지만, 이번에는 삼성과 TSMC 양쪽에 물량을 주문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AMD가 해당 제품을 TSMC의 3나노 공정과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제품을 하이엔드(고급형)와 보급형으로 나눠 프리미엄 제품은 TSMC에서, 보급형 제품은 삼성전자에 맡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TSMC가 도입한 첫 번째 3나노(N3)가 아직 공정 완성도와 집적도, 성능 측면에서 기존 4나노와 큰 차이가 없다는 논란이 있기에 AMD가 두 공정을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AMD에 젠5c 칩을 성공적으로 공급할 경우 추후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의 새로운 수주 계약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에 삼성이 AMD의 4나노 칩을 성공적으로 수주한다면 삼성이 약했던 서버용 ‘빅 칩’ 분야에서 거래의 물꼬를 트게 되는 것”이라며 “추후 3나노와 같은 최선단 공정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영향력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버용 칩 파운드리 시장의 대부분은 TSMC가 장악하고 있다. 특히 5나노부터 3나노급 최첨단 공정의 경우 대량 양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회사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인데, 팹리스(반도체설계 회사) 입장에서는 오랜 양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TSMC를 선호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용 칩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하면서 TSMC의 생산능력에도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TSMC의 생산능력으로 업계 주문을 모두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TSMC가 3나노 웨이퍼 생산 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나서면서 주요 팹리스 고객사들이 하나둘씩 삼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나노 이하 공정에서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올해 5나노, 4나노, 3나노 등 선단 공정에서 생산 안정성을 대폭 끌어올린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4나노 공정 수율이 70%를 넘겼으며, 3나노 GAA 공정 수율 역시 7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 대형 고객사로부터 3나노 고성능 컴퓨팅용 칩 수주에 성공했다. 최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선보인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도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에서 개발했으며 대량 양산에 착수한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