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2010년 3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 서비스 1년여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했다. 당시 통신사들이 유료로 제공하던 문자메시지를 무료 서비스로 대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으로 일어선 카카오는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고, 쪼개기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독과점 논란, 시세조종·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수사·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조선비즈는 카카오가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진단해본다.[편집자주]

일러스트=손민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시 전면에 나섰다. 김 센터장은 최근 1·2차 공동체 경영진 회의를 갖고 경영쇄신위원회와 외부 감시기구 역할을 할 준법과 신뢰위원회 설립을 결정했다. 김 센터장은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권한을 존중해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위기에 직면한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적 반감이 커지고 반사회적 기업으로 낙인찍힌 것”이라며 “카카오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좋았다면 정부도 지금처럼 압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실적이 개선돼야 하는데 양적 팽창이 어려워진 만큼, 방만하게 사용된 예산과 비용을 줄여 영업이익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카카오 위기 해결사는 ‘김범수’…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김범수 센터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경영쇄신위원회는 현재 카카오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다. 2021년 출범해 카카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CA(Corporate Alignment·공동체얼라인먼트)협의체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만큼 김 센터장이 다시 운전대를 잡겠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선임했다. 위원회는 카카오 계열사와 관계사의 상장 문제,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점 행위, 소비자 권익 침해 및 경영진의 법규 준수 실패 등의 문제를 감시하고 관리한다. 이를 위한 독립적 조사 권한도 보유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에 닥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김 센터장밖에 없다”며 “김 센터장이 그동안 가졌던 생각과 고집을 겉으로만 버린 것이라면 변화도 미풍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김 센터장이 예고한 변화를 실행에 옮기고 이를 유지한다면 분명 회사의 새로운 원동력과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범수 측근 챙기기·쪼개기 상장 등 병폐 바로잡아야”

카카오가 가진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는 인사 시스템이다. 소위 ‘김범수 사단’이라고 불리는 대주주의 측근들이 경영진에 포진해왔다. 카카오의 기업 규모가 스타트업 수준이었을 때는 이런 인사 방식이 어느 정도 용인됐지만, 대기업으로 성장한 오늘날에는 그에 걸맞은 투명하고 경쟁적인 인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인사 시스템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조직관리와 신사업 발굴에 탁월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의 경우 국내의 대기업들과 유사한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기업 문화가 상당히 다르다”면서 “카카오가 각 계열사와 조직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알아서 잘하기를 원한다면, 네이버는 본사 의사결정이 절대적이고 이해진 창업자의 사내 영향력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카카오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해서 실패했다기보다는 대주주의 측근들을 챙기고, 조직을 스타트업처럼 분할해서 쪼갠 다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위기가 닥친 것”이라며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관리 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대기업들이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혁신을 따라하기 바빴지만, 지금은 거꾸로 카카오가 전통적인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조직관리 노하우를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골목상권 업종서 철수해야… 과도한 복지 혜택 개선 필요”

카카오의 방만경영도 문제로 지적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비주력 계열사의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카카오는 153개에 달했던 계열사 숫자를 최대 40개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계열사 수가 166개로 증가했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지금 카카오의 이미지는 자잘한 돈 벌기에 혈안이 된 문어발 기업”이라며 “김 센터장이 직접 대기업이 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업종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글로벌 진출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카카오가 앞으로 플랫폼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선 골목상권 업종이 아니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핵심 사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고용 불안을 느낀 카카오 직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계열사 구조조정에도 실적 개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카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4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 직원들에 대한 복지 혜택이 과도한 측면이 있어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복리후생비로 2197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네이버(2405억원)과 비슷한 수준인데,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네이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유병준 교수는 “인건비 등의 비용을 줄이는 것은 어떤 식이든 내부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를 돌파하는 것은 김범수 센터장의 의지에 달렸다. 직원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내부에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