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네이버·카카오와 손잡고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웹툰, 웹소설을 선보이고 있다. 웹툰을 게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 이용자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고, 웹툰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무대에 알려진 게임 IP로 영토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달 글로벌 얼리액세스를 시작한 PC·온라인 게임 ‘워헤이븐(Warhaven)’을 기반으로 네이버웹툰에서 ‘이 주길럼의 전장’을 연재하고 있다. 워헤이븐의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을 모티브로 한 웹툰으로, 네이버 인기 웹툰 ‘열렙전사’의 김세훈 작가가 연재하고 있다. 독자들은 “열렙전사 작가가 연재한다니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점도 9.49로 높은 편이다. 현재 무료 회차는 5회까지 공개이고, 영어와 중국어(번체, 간체)로도 연재되고 있으며 총 10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넥슨은 지난 8월부터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간판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웹소설 ‘메이플스토리:최후의 모험가’를 연재하고 있다. 집필은 ‘디다트’ 작가가 맡았고 ‘나 혼자만 레벨업’ ‘전지적 독자 시점’ 등의 히트작을 배출한 레드아이스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최후의 모험가는 메이플 월드 영웅들이 검은 마법사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새로운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소재로 한 웹툰도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는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에픽세븐’을 활용한 웹소설 ‘사관학교의 슈트 입는 영웅님’을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고 있다. 평점이 9.7점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리턴 서바이벌’ ‘육식주의 헌터’ ‘스타플레이어의 귀환’ 등 다수의 판타지 작품을 집필한 연우솔 작가가 집필 중이다. 독자 리뷰에는 “이거 보고 에픽세븐 설치했다” “웹소설 작가 전작도 소장할 정도로 좋아하고 에픽세븐도 출시됐을 때부터 하고 있는데 이렇게 콜라보를 한다니 반갑다”는 반응이 올라와 있다.
국내 게임사들만 웹툰·웹소설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게임사 유비소프트는 지난 4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PC·온라인 게임 ‘어쌔신 크리드’를 활용한 웹툰 ‘어쌔신 크리드:잊혀진 사원’을 연재하고 있다. 어쌔신 크리드는 2007년 첫 출시돼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시리즈가 나온 인기 게임이다. 2017년에는 영화로도 나왔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 카타리나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 ‘카타리나’를 북미 네이버웹툰에 공개했는데, 지난 3월 공개한 뒤 일주일 만에 50만뷰를 돌파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블리자드도 디아블로4 출시를 기념해 6편짜리 단편 웹툰 ‘성역의 기묘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웹툰 ‘마음의 소리’를 연재했던 스타 작가인 조석 작가가 연재했다.
콘텐츠 산업에서 장르 경계를 허무는 사례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이 같은 시도가 빈번해진 것은 웹툰·웹소설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2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1조39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3년 웹소설 시장 규모가 1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10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전 세계 웹툰 시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얼라이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는 2021년 37억달러(4조6900억원)에서 연평균 36.8% 성장, 2030년 561억달러(71조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웹툰·웹소설은 소비자들이 영화, 드라마보다 쉽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게임 세계관과 게임 속 캐릭터 스토리 등을 웹툰과 웹소설을 통해 보다 자세하고 방대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를 통해 게임 유저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홍보 수단으로 웹툰과 웹소설을 활용할 수 있다.
웹툰·웹소설 플랫폼도 게임 이용자들을 웹툰·웹소설 이용자로 끌어들여 저변을 넓힐 수 있다. 해외 유명 게임사들과의 협업은 최근 글로벌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는 플랫폼 입장에서도 반길 만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사들이 서비스 차원에서 게임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해 왔지만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더 많은 팬층을 확보하기 위해 웹툰·웹소설을 활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